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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작지만 아름다운 감동 - 이근석

이근석(전주 YMCA 사무총장)

얼마 전 숭례문이 불에 탔다. 주변에서 아름다운 건물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살다 갑자기 역사의 아름다운 건축물이 그것도 국보1호가 불 탄 사실에 경악을 하고 가슴 아파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름다운 퇴임을 주장하며 ‘안 그래도 초라한 뒷모습에 소금을 뿌리지 마라’라고 새 대통령 인수위에 말을 한 바 있다. 이렇듯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에 신경을 쓰고 생활을 하고 싶어 하지만 주변의 아름다운 모습을 느끼지 못하고 생활하고 있다.

 

예전에 한 방송사는 정지선지키기 캠페인을 벌인 적인 있다. 아무도 보지 않는 밤거리에서 양심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새벽길 캄캄한 길에서 만난 아름다운 모습의 주인공은 장애인 부부였다. 이 아름다운 모습의 감동은 오래갔다. 그것은 몸이 온전한 사람들도 감히 지키지 않던 것을 당당하게 지키는 모습에 더욱 감동의 폭이 컸던 것이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모습은 냉장고를 타려는 얕은 술수로 인해 변질되면서 오래가지 못했다. 아름다운 모습을 본받기는커녕 그 모습을 퇴색시키는 일을 한 것이다.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자신이 정해놓고 가는 곳이 있다. 맛있고 친절하고 값이 저렴한 식당, 빠른 길을 놓고 더디더라도 풍경을 즐기기 위해 돌아가는 시골길, 맥주를 한잔하더라도 편한 음악과 분위기로 인해 가는 술집, 차에 저렴한 기름을 넣고 세차 해 주는 주유소 등등이 있을 수 있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최근에 과감하게 습관성 취향을 버렸다.

 

주유소 한 곳을 우연히 갔는데 그곳은 장애인이 기름을 넣어주고 세차를 하면 수건으로 마무리 물기를 닦아 주고 있었다. 행동이 느리고 능숙하게 구석구석을 닦아주지는 못하지만 밝은 모습으로 꼼꼼이 닦아주었다. 물론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그곳에서 그의 서비스를 받으면 그 시간 후로 기분이 확 전환이 되는 것을 느꼈다. 가까운 곳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전에 건장한 청년이 건성건성 마무리를 하는 모습과 비교해 보면 천지차이다. 일을 하는 그의 모습이 더디고 답답함이 있지만 일부러 느림의 철학을 주장하는 이도 있지 않은가? 온전한 사람이 그의 일을 했다면 별 감동이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 이 주유소의 사장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분명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큰 아름다움에만 뉴스가 되고 감동을 전하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찬찬히 우리 주변을 보면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하는 이들이 있다. 다만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정치시즌이다. 후보자들은 너도나도 자신의 장점을 내세워 주장을 한다. 그 모습이 오래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유권자도 알고 있다. 오래 갈 수 있는 있는 아름다운 모습에 한 표를 행사하자. 몸이 성하지 못한 사람들도 우리에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우리 모습에 장애를 가져서야 되겠는가?

 

/이근석(전주 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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