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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국회의원을 여론조사로만 뽑을 것인가 - 권혁남

권혁남(한국언론학회장, 전북대 교수)

18대 총선에 출마할 통합민주당의 후보 공천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공천이 마무리되어 좋은 점은 여론조사를 가장한 전화 선거운동(사이비 여론조사, Push Poll)으로부터 해방이 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불과 1주일 전까지만 해도 집에 있으면 하루에도 수없이 걸려오는 사이비 전화여론조사 때문에 여간 짜증스러운 게 아니었다.

 

선거 여론조사가 공공의 적으로 여겨질 정도로 악용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정당의 후보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거의 전적으로 여론조사에 의존한다는 데 있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 정치에서 여론조사는 최고의 법이요 진리로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누리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와 대만을 제외하고는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여론조사가 정당의 후보를 결정하는데 처음으로 이용된 것은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에서이다. 당시 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간의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4.6%포인트 앞선 노 후보로 단일화가 되었다. 그 후로 2006년 지방선거에서도 정당의 공천과정에 여론조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는데,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꽃미남 오세훈 후보가 여론조사 덕분에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되었다. 지난해 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후보경선에서도 여론조사의 비중을 20%로 하는 바람에 이명박 후보가 선거인단 선거에서 지고도 여론조사에서 8.5%차이로 앞섬으로써 전체적으로 1.5% 차이로 역전승하였다. 이에 한술 더 떠 대통합민주신당은 예비경선을 아예 여론조사로만으로 치르기도 하였다.

 

이렇게 여론조사가 정당의 후보를 정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도 여론조사에서는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표본오차가 무시된다는 점이다. 만약 두 후보 간의 지지율 차이가 표본오차 범위 안에 있다면, 이는 전체 유권자를 조사 대상으로 하였을 때 두 후보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800명 표본 조사의 경우 표본오차가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이기 때문에 두 후보 간의 차이가 7%포인트를 넘지 않는다면 두 후보 간의 순위는 매 조사 때마다 얼마든지 뒤집어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에서 단 1%만 차이가 나도 두 후보 간에 절대적인 차이가 있는 것으로 결정하는 것은 심각한 여론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

 

또한 과거 총선에서 우리나라의 여론조사가 선거결과를 정확히 예측하는데 계속적으로 실패하여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정도로 정확성이 떨어지고, 국민들의 여론조사에 대한 낮은 신뢰(2006년 말 조사에 의하면 48%의 신뢰도)에 비해 여론조사가 한 나라의 운명을 바꿔놓을지도 모를 중요한 정치 결정과정에서 절대적인 파워를 갖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의 선거여론조사는 후보의 자질과 능력, 그리고 발전가능성과는 거리가 먼 후보의 인지도와 인기도를 묻는 일종의 연예인 인기조사나 다를 바 없다. 이런 인기조사에서는 정치신인보다는 기성정치인인이 유리하고, 고향에서 오랫동안 터를 잡고 지역민을 위해 묵묵히 봉사해온 사람보다는 고향 땅 한 번 밟지 않은 채 중앙에서 고위직에 있거나 유명 연예인이 되어 이름 깨나 알려진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분명 지금과 같이 유권자들이 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지도 못한 암흑 상태에서 실시되는 인기여론조사에 크게 의존하는 공천방식은 더 이상 안 된다. 정당정치를 지향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당원들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되고, 후보의 능력과 경력, 장래성, 도덕성, 그리고 지역 공헌도 등의 질적 평가와 함께 양적 여론조사가 일정부분 반영되는 공천방식으로 조속히 바뀌어야 할 것이다.

 

/권혁남(한국언론학회장, 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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