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석(前 전주YMCA 사무총장)
요즘 연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온 나라가 촛불집회로 떠들썩하다. 우리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는 중요한 문제이다. 먹을거리문제가 중요한 것은 아마 생명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가장 근원적인 문제이기에 더욱 그러하리라. 먹을거리의 문제를 넘어 빈곤의 문제는 어제 오늘 대두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가 되었다. 현재 인류의 약 1/4이 1달러 미만의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가난으로 인해 하루에 세계 인구는 3초에 3만 명이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 지금 우리와 같은 민족인 북쪽도 사정은 비슷해서 하루에 1명 내지 2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한다. 급기야 적대적 국가로, 악의 축의 나라로 낙인을 찍었던 미국조차 50만 톤의 식량을 지원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까지 반공교육으로 우리의 의식은 굳어질 대로 굳어져 있다. 적(敵)과 아(我)만 존재하는 교육, 붉은색과 파란색으로 모든 것을 규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그러했다. 그럼에도 1974년부터 우리는 통일을 생각하고 북쪽과의 대화를 시작하여 파도를 치듯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급기야 2000년에 6.15남북공동선언으로 발전하였다. 통일이라는 단어로만 만족하다 만남의 깊이가 생긴 역사적 사건이었다. 통일이라는 단어가 낯설고 책에서만 거론되는 단어로 인식하던 것이 현실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예전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다. 힘에 겨운 민족을 돕는 일을 너나할 것 없이 하다가 갑자기 냉전의 시대가 된 듯 한 느낌이다.
우리 국민은 어려운 사람에 대해서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물난리가 나면, 눈사태가 나면, 기름유출사건이 터지면, 이웃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십시일반 도왔다. 이런 현상은 국내를 넘어 외국에까지 퍼져 나갔다. 하지만 정작 같은 핏줄인 민족에 대해서는 늘 정치적 판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다. 늘 한 핏줄로 판단을 하다가도 갑자기 냉혹한 판단과 함께 정치적 계산으로 북쪽을 대한다. 행동을 해도 늘 인도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직성이 풀린다.
6월을 어떻게 생각하고 맞이할까? 6월 민주화항쟁, 6.15남북공동선언, 6.25전쟁 등으로만 기념하고 아픔과 안타까움으로 맞이할 것인가?
모든 행위를 정략적으로 한다손 치더라도 굶주림의 문제만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서로의 신뢰가 깊지 못하다할지라도 굶주림으로 생명을 잃게 해선 안된다.
통일은 거저 노력없이 오는 것이 아니다. 물질 가는 곳에 마음이 가는 것이다. 통일이라는 나무를 잘 키우려면 거름을 주어야 하고, 물을 자주 주어야 한다. 그래야 좋은 결실을 기대하는 것이다. 당당한 나무로 키워야 깊은 신뢰를 가지고 대화를 할 수 있고, 통일이라는 거대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질 것이다.
/이근석(前 전주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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