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재(전주정보영상진흥원장)
"남성들로만 구성된 출장 팀은 수준을 낮게 취급합니다. 여성이 함께 와야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지요".
무슨 선문답 같은 이 말은 지난 봄 핀란드 출장 때 명예대사가 우리에게 진지하게 해준 말이다. 말 뜻 풀이에 오해 없기 바란다. 핀란드에서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매우 높으므로 남성만으로는 무슨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인정받기 어렵다는 말이다.
공직임용 여성할당제, 여성 대통령 2006년 재집권 성공, 전체 장관가운데 여성장관이 60% 차지...
오늘날 핀란드 여성들의 위상이다.
이 같은 활동은 여성들의 강한 의지, 모험심, 삶을 사랑하는 자세, 교육수준, 의사소통 능력 등에 힘입은 것이라고 최근 출판된《미래는 핀란드에 있다》에서 지적하고 있다.
공공분야나 민간분야에서 성공한 임원가운데는 자신의 성공이 유능한 여성비서의 뒷받침으로 가능했다는 고백은 놀랍다.
여성의 66%가 취업하는 핀란드에서 부러운 것은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이 병행되도록 자녀를 둔 가정에 대해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다. 구체적으로는 출산진흥책, 유아원과 탁아원 확대, 육아보조 및 자녀수당이 두드러진다. 아이들을 많이 두어도 기르는데 걱정이 없고, 자신의 사회활동에도 아무런 지장이 없으니 꿈같은 이야기이다.
우리는 지금 출산율 1.08인데, 이대로 가면 30년마다 인구 1천 만명 가량씩 줄어든다. 출산과 여성취업 양쪽에 아쉬움이 있다. 아이를 낳고도 육아휴직을 당당히 사용하는 산모가 12%에 불과하다니 이런 사회분위기는 바뀌어야한다. 교육비나 자녀양육비가 가정경제를 압박하여 유능한 엄마들이 언감생심 사회활동까지는 욕심내기조차도 어렵다.
핀란드에서 또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파트타임 아동보육 휴가, 일시 아동보육휴가가 있다. 3세 이하 어린이나 초등학교 1~2학년 어린이 부모의 유급 또는 무급 부분휴가를 이제 우리도 적극 검토할만하다. 국가경쟁력을 원천적으로 재검검하는 바로 이 시점에서 여성인력을 논의할 사항이 아닌가 생각된다. 출산 후 재취업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우선 급하다. 이런 상태로는 막대한 교육비의 생산성은 계속 떨어지고, 개개인 삶의 질이나 사회활동 제약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여성인력이 사회활동에 지장 받지 않도록 하는 육아정책은 국가단위보다는 지역단위에서 더 신축성 있게 추진할 수 있을지 모른다. 지방시대 지역인력의 총 활용을 연출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모범적인 고용시스템을 공공분야가 나서서 실험해 볼 수도 있겠다.
젊은 세대에 적합한 보육시설, 근로환경, 여성행복정책이 지역단위에서 일어난다면 여성은 물론 가정이나 직장도 더불어 안정될 것이다. 여성행복도시를 추진하는 서울시처럼 '여성행복도시 전주'를 위한 복지정책은 예산을 수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가능한 일도 있을 것이다.
※ 이흥재 원장은 임실 출신으로 전북대 행정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를 성균관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연구실장과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사무처장, 한국문화정보센터 소장 등을 지냈으며 저서로 『문화정책』『문화예술정책론』, 『문화예술과 도시경제』『문화정책과 예술경영』등이 있다.
/이흥재(전주정보영상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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