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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법 앞에 움츠린 전주의 명예와 자존심 - 안홍엽

안홍엽((주)필·애드 대표)

천년 전주의 명예와 자존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이 될지도 모를 사건으로 200만의 애가 타들어가고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끈 쥐어진 주먹이 펴지질 않는다. 이런 불행한 사건이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초조함과 사실일 수도 있다는 배신감 때문이다. 전주 출신 세 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두 사람이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1심 판결을 받았다. 앞으로 4개월 후 면 확정 판결이 나오겠지만 만에 하나 불행한 결과가 나올 경우 자결이나 자폭의 비장한 현장에 우리가 함께 할지도 모른다. 자존심과 명예를 먹고 살아온 우리였기에 그렇다. 80년대 이후 우리고장은 이상한 동네,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보여 저 왔다. 억울하고 분하지만 현실이다. 자업자득이라고 체념하기에는 한스러운 지난 세월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만나지 못한 비운 때문이었다. 대의민주주의 역사 60년, 우리는 전주에서만도 32명의 국회의원을 뽑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때부터이던가 그들의 일부는 명목상 우리들의 대표였을 뿐, 하는 일은 정쟁이었고 지역의 이익이나 명예는 안중에도 없는 듯 다른 길을 걸었다. 하지만 법의 심판에 의해서 의원 자격을 잃거나 불명예 퇴장을 당한 사람은 없었기에 그래도 최소한의 체면은 지켜낸 셈이다.

 

아쉽지만 구관이 명관이라고 해야 할까, 지난 6월, 어느 조간신문을 보는 순간 치밀어 오르는 분노로 숨이 멎을 듯 했다. 선서도 하지 않은 국회의원이 전북출신의 소위 야당 대표와 함께 촛불 시위현장의 선봉에 앉아 있는 사진을 본 것이다. 과연 그래야 했을까. 그럴 수밖에 없었는가? 우리 정치가 이토록 정도를 무시하고 막가는 행태를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지 암울하다. 오늘 우리의 행적이 후일 다음 사람들의 이정이 되는 것인데 지금 우리의 행실이 과연 그런 수준에 이르렀는가?

 

3명중 2명 탈락의 숫자상 의미는 자그마치 70%다. 때문에 이번 사건은 200만 도민은 물론 우리 헌정사의 자존심과 명예에 씻지 못할 오점을 남기는 치욕일 수도 있다. 따라서 두 분 국회의원은 지금까지의 혐의를 깨끗이 벗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것은 물론 우리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만천하에 증명해 줄 의무가 있다. 자결이나 자폭의 비장한 용어는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때의 경우를 가정해본 것이다. 두 분 모두가 무죄를 주장하며 즉시 항소를 한 것에 일말의 희망을 걸어본다. 따라서 두 분의 명예와 우리의 자존심 회복을 위하여 지지자들도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한다.

 

차제에 짚고 가야할 일도 있다. 공직자 재산 신고와 관련한 재산 찾아 주기여론, 지난 총선 때 60%의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가지 않았던 이유, 국회가 제 기능을 하지 않고 있는 지금 고액의 세비와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 적용에 대한 입장과 견해를 밝히는 일이다. 아울러서 한국의 어린 민주주의를 능욕하고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각오와 다짐도 분명히 했으면 한다. 이 기막힌 현실을 당하여 "민주주의는 세계에서 가장 나쁜 정치제도"라고 한 윈스턴 처칠경의 역설을 다시 음미해 볼 수밖에 없다.

 

/안홍엽((주)필·애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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