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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완산성과 진주성은 어디를 겨냥해야 하는가? - 윤찬영

윤찬영(전주대 교수)

주말에 경남 진주를 다녀 올 기회가 있었다. 진주, 경남 사람들을 만난 김에 주공과 토공의 통합문제와 혁신도시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어 보았다. 그들은 대개 통합 본사가 진주로 올 것이라는 기대를 은연중에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대하소설 '토지'를 쓴 고 박경리 선생의 고향이 진주니까 토지 관련 기관은 진주로 오게 될 것이라는 둥, 전주에 있는 대학은 서울법대(서울에서 제법 먼 대학)이지만, 진주에 있는 대학은 서울상대(서울에서 상당히 먼 대학)라 아무래도 진주가 더 낙후되었다는 둥 농담도 나왔다. 하지만 그들도 현 정부의 정책이 불합리하고 영호남 갈등의 뇌관까지 안고 있다는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었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육영수 여사의 고향인 충북 옥천을 경유토록 한 것이 생각나서, 참여정부 성경륭 균형발전위원장이 진주 출신이고,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고향이 진주니까 덩치 큰 주공을 진주에 배정했고, 이제 토공까지 얹어서 보내겠다는 것 아니냐고 웃으면서 찔러 봤다. 그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물론, 그런 발상은 없어야 하겠고 사실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진주 인근 사천 지역구에서 이명박계인 이방호 전 의원이 낙선했기 때문에 이 지역에 공을 들이지 않겠느냐는 분석들을 대체로 하고 있었다.

 

지난 13일, 전북CBS "생방송 사람과 사람"에서 진주 혁신도시를 지역구로 하고 있는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과 이 문제에 대해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김 의원 역시 정부 정책의 잘못을 지적하고 합리적 해결을 주문했지만, 굳이 전주냐 진주냐를 선택한다면, 전북은 새만금이 있으니 주공과 토공의 통합 본사는 진주로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 또 무슨 논리인가? 새만금과 혁신도시가 교환대상인가?

 

경남과 진주 지역의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그들도 혁신도시 정책의 원안을 요구한다. 일부 언론의 경우 지나치게 진주 유치를 강변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언론들은 비교적 합리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경남지역의 고민은 주공이 토공과 통합되면, 주공의 기능이 축소된 채 토지사업부는 전주로 이전될 것이고, 국민연금공단의 징수업무가 건강보험공단으로 이관되면 기능의 30%가 축소되며, 산업기술시험원도 정부출연이 폐지되어 기반이 약해질 것이며, 중소기업진흥공단과 KOTRA 역시 중복된 업무가 조정되어 전반적으로 진주지역 혁신도시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또한 혁신도시에 관하여 경상남도가 주체인지 진주시가 주체인지 불분명하다는 문제도 제기하는 것 같다. 아무튼 불안하기는 우리와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진주에서 만났던 지인 중 한 사람이 이런 얘기를 했다. "진주는 원해 조용한 도시이고, 전통문화와 교육의 도시인데, 혁신도시 때문에 번잡하고 시끄러워졌다. 진주가 전주보다 상대적으로 낙후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남과 전북을 비교해 봤을 때, 전북이 낙후한 것은 사실이니까 주공과 토공의 통합본사는 전주로 가야 맞다".

 

민심은 무엇이 옳은 것인지 알고 있으며, 경남이든 전북이든 서로 통하는 것 같다. 서울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한 전주와 진주가 왜 서로 다투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완산성과 진주성이 서로를 겨냥해야 하는가? 약자들의 힘은 상호 연대에서 나온다. 과거 정부에서 이미 수차례 무산된 주공과 토공의 통폐합은 반복적으로 시도하면서, 참여정부의 혁신도시 정책을 흔드는 현 정부의 엇박자 정책이 빚어낸 잡음이다. 전북이 먼저 경남에 제안하면 좋지 않을까? 함께 하자고…

 

/윤찬영(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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