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재(전주정보영상진흥원장)
문화산업에 버금가는 말로 창조산업을 이야기한 지 10년도 더 지났다. 영국과 그 영향을 받은 나라들이 국가전략으로 새로 만들어 활용해왔다. 그 뒤 북유럽에서 등장한 체험산업(experience industry)이나 체험경제라는 말은 이와 비슷하지만 접근이 다르다. 한마디로 각종 체험에 대한 수요와 소비를 만족시키는 활동을 일컫는다. 이는 관광산업이나 문화산업 또는 창조산업과도 차이가 있다. 최근에 '제4의 경제'라고 까지 불리며 주목받는다. 감성에 호소하는 감성산업이며, 감동이나 흥분지수가 중요하므로 일반 서비스산업과는 매우 다르다. 생활필수품이 아니어서 제조업이나 유통업과 다르다. 시간이나 가처분소득에 여유가 있어야하며 탄력성이 크다. 몇 차례 경험이 있어야 자발적으로 소비가 이뤄진다.
체험활동으로 이뤄지는 체험산업은 일반경제활동과 달리 연출에 의해 경제적 성과가 결정된다. 소비자가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재소비나 확대재생산이 이뤄진다. 공급은 초기투자가 이뤄지면 연속하여 제공되며 재고나 저축 또는 배송이 없다. 판매자의 능력은 연출력이고 소비자의 수용력은 상품의 특성보다는 감동이나 흥분을 어느 정도 주느냐에 달려있다. 만족도에 개인차가 크므로 성공의 관건은 극히 개인적이며 복잡하다.
이런 점에서 1차, 2차, 3차, 4차산업의 특성을 모두 합한 '10차산업'쯤 된다고 비유해서 말할 수 있다. 그만큼 부가가치도 크다는 뜻이다.
이 체험산업을 '감성도시 전주'에서 특화시켜 추진할 수 있겠다. 전주는 얼굴 위 일곱 구멍을 만족시키는 '칠규(七竅)만족도시'다. 두고두고 되새김질하여 다시 찾고 싶고 남에게 권하고 싶은 곳이다. 마지막 인본주의 도시로 남을 전주에서 10차산업으로 발전시키자. 피폐해진 사회생활 속에서 체험으로 자신을 새로 세울 기회로 삼게 하는 것이다. 무엇을 체험할까. 집단적 유행성 관광이 아닌 자신을 찾아 떠나는 색다른 체험으로 꾸미면 어떨까한다. '개인행복시대'에 맞는 체험으로 다듬어야 한다. 전주특징을 살려 사회규범인 의식주행(衣食住行), 개인규범인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대상으로 전주팔경(八經)을 생각해보자. 의식주는 이른바 한스타일로 대표되는 한복, 한식, 한옥 등 전주브랜드를 원형에 가깝게 체험토록 한다. 행(行)은 자전거를 타거나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전주인들의 생활공간을 체험하는 코스이다. 신언서판은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조화롭게 엮어야 한다. 신은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몸매나 성형 외양보다는 현대인의 몸가짐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언은 향기 나는 말과 아름다운 표현방법을 체험하고 인터넷에 활용토록 해야한다. 서는 전통서예도 좋지만 아름다운 글이나 문장에 대해 최명희문학관 같은데서 체험해도 좋겠다. 판은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엮어서 '양반정신도시'의 향교나 종교시설에서 마음씻기 체험을 제공할 수 있다. 스스로를 가다듬는 체험과정에서 아직껏 남아있는 전주의 사람냄새를 전해줄 수 있는 산업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문화의 자기전개력이 가능한 문화도시 전주자체가 바로 선생이기 때문이다. 누가 어떻게 시스템화 시킬 것인가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주를 지속성장가능 도시로 발전시키도록 경제와 문화의 공진화, 기술과 사람에 대한 조화로운 사회투자가 소중하다. 창조적인 분위기가 물씬 넘치는 인본주의도시로 자리매김하도록 지역사회가 공감대를 가져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러한 모습을 외지인들에게 그리고 미래주인공들의 몸속에 배게하는 일도 이제는 지역에서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흥재(전주정보영상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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