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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군수님의 애절한 기도

안홍엽((주)필·애드대표)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김현승 시 "가을의 기도"중에서)

 

기구한 운명에 처한 어떤 군수님의 애절한 기도를 전하기 위하여 인용하였다. 임기 중 두 번을 옥에 갇히는 비운의 현재는 운명일까, 업보일까, 당위일까. 시대 전환의 과도기에 나타나는 카오스(우주가 생성하기 이전의 혼돈이나 무질서 상태)적 상황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황당한 사례다.

 

간디 옹은 국가가 멸망할 때 나타나는 징조로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도덕 없는 경제를 주장하였다. 군수님은 이 조건 가운데 몇 가지에나 해당이 됐을지? 만일 한 가지에라도 해당이 된다면 운명이나 업보 그리고 당위 모두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군수님도 확실한 피해자다. 지금부터 10년 전, 훈련 되지 않은 정권에 의해 결행된 풀뿌리 민주주의의 제물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지역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지역을 변화 시키려는 참여민주주의, 이론적으로는 민주주의의 극치이고 꼭 이루어야할 가치이다. 그렇지만 10년도 안 되는 민주주의 역사에서 그것은 이상이고 무리였음을 군수님은 뼈아프게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쉽게 얻어지는 전리품이 아님을 알았어야 했다.

 

90년대 이후 군수 구속 사태를 세 번이나 겪고 있는 주민들, 135명의 박사를 배출한 명문중의 명문 지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그래서 군수님은 간절하다 못해 애절한 기도를 바치고 싶을 것이다. "제가 바치는 이 기도가 하늘에 닿아 한량없는 자비로 발현되게 하여 주소서. 우리 지역 어르신들의 애정 어린 분노를 어루만져 주소서. 제가 풀뿌리 민주주의를 욕되게 하였다면 정치적인 징벌을 받을 것이요 양심 없는 쾌락을 탐하였다면 정신적인 저주를 받을 것이요 도덕 없는 경제를 범했다면 윤리적인 처벌을 감수하겠나이다. 그러나 누가 저를 이토록 처참한 지경에 몰아넣었습니까?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그대들 가운데 누가 나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흉측한 죄악이 숨겨진 채 일상을 살아야 하는 저의 동료들은 영원한 죄인입니다. 선출직 공인들의 계속되는 구속 사태로 향토의 명예는 이미 더렵혀졌습니다. 며칠 사이에는 정말 치욕의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간디옹이 말한 나라 망할 징조가 보이고 있는데 어찌하면 좋습니까. 촛불에 흔들리고 권모술수에 휘둘리고 종교에 짓눌리고 있는 이 나라의 갈 길을 인도 하소서. 낭비적 행정제도를 비롯하여 지지율 10%대의 국회의원과 선출직 단체장이 나와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정치파업, 공공시설 무단점거, 하향평준화, 억지법의 만연, 극심한 지역주의, 극좌파적 편향교육 등 사회발전을 가로막는 모든 요소를 과감하게 제거하는 길만이 국민도 살고 나라도 번영할 수 있는 희망임을 저는 확신합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비운의 공직자가 다시는 태어나지 않도록 하여 주소서. 저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군수님의 애절한 기도는 이렇게 끝을 맺을 것이다.

 

"이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의로움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안홍엽((주)필·애드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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