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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들 생색내기 자구..'반성이 없다'

국내 19개 은행의 수장들이 22일 정부의지급보증과 유동성 지원에 대한 자구책으로 연봉 삭감 등의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내놓았다.

 

그러나 자구책은 이미 개별 은행들이 발표한 내용을 되풀이한 수준인 데다 진정한 반성의 목소리도 담겨있지 않아 생색내기용이라는 지적이 많다.

 

◇ 생생내기용 자구책

 

결의문의 주요 내용은 ▲은행장을 포함한 임원들의 연봉 삭감과 영업비용 절감 ▲내년 6월 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만기 연장 ▲원가절감 노력을 통한 금리 부담 완화 등 세가지다.

 

이는 은행들이 대부분 시행하겠다고 이미 밝힌 내용이다.

 

신한, 하나, 기업은행 등은 전날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 세금으로 혜택받는 은행들이 고임금 구조를 유지한 채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며 "옛날처럼 받을 임금을 다 받고 문제가 생기면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이 되풀이돼서는 안된다"고 밝히자 약속이라도 한듯 앞다퉈 임원 임금 삭감 등을 발표했다.

 

우리금융은 하루 늦은 이날 그룹 및 계열사의 임원 급여를 10%를 삭감하고 내년예산 동결과 임직원 업무 추진비 20%를 축소하겠다고 했다.

 

현재 국내 은행장들의 연봉은 수억 원에 이르며 일부 은행장들은 스톡옵션, 성과보수 등을 포함하면 수십억∼수백억 원 대 달한다. 예를 들어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최근 3년간 경영성과에 따라 61만 주의 스톡옵션을 받았으며 향후 주가에 따라 1백억원 대의 평가 차익을 누릴 수 있다.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만기 연장 방침도 하나은행이 연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운전자금 대출 9조3천억원 상당을 전액 만기연장해주기로 했고 우리은행도 운전자금대출 7조3천억 원에 대해 원금 일부 상환 없이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밝힌 바 있다. 만기 기한만 내년 6월까지 늦춘 것 뿐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완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액션 플랜'은 없었다.

 

김두경 은행연합회 상무는 "은행채 금리가 올라갔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상승했다"며 "금리를 낮출 수 있도록 유동성 비율 개선 등을 금융감독당국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즉 정부의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시중 금리가 낮아지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낮아진다는 논리다.

 

현재 은행들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CD 금리에 일정 정도의 마진(가산금리)을 붙여 책정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CD 금리 간 차이는 지난해 말 1.12%포인트에서 올해 1월 1.27%포인트로, 3월에는 1.4%포인트로 늘어났다.

 

김 상무는 "은행이 대출금리를 자체적으로 내릴 수는 없다"며 "원가 절감 노력을 통해 금리 부담을 완화하겠지만 많이 내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등 떼밀려 억지로'

 

은행장들은 결의문에서 `우리 은행들은 깊은 반성과 함께 책임감을 느끼면서 국민들과 고통을 분담하겠다"고 말했지만 정작 무엇을 반성한다는 것인지 내용은 없었다. 회의에서는 일부 은행장이 과당 경쟁을 자제하자고 언급한 것이 전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장들은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회의에 앞서 오전 7시 30분 언론사들의 포토라인 앞에 섰지만 정작 결의문 발표 때는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았다.

 

한 회의 참석자는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기로 했지만 당장 공적자금이 은행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세계적으로 은행장들의 연봉이 깎이는 흐름이 있긴 하지만…"이라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번 금융위기가 대외적인 요인에 의한 것으로, 국내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하다고 무조건 몰아붙여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모 은행 담당 임원은 "경영인 출신인 대통령이 시중은행장들과 임원의 연봉을 문제 삼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그동안 자산경쟁에 치중해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해오지 못한 국내 은행들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더 많다.

 

KDI김현욱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그동안 자산 불리기에 전념하느라 과도한 경쟁을 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소홀하고 위기에 대비하지 못했다"며 "금융위기 상황인 만큼 일단은 금융체계의 핵심인 은행을 지원하되 사후로 책임 소재를 가려 부실 분담 원칙을 세워서 철저히 문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은행장 임금 삭감 등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연봉과 스톡옵션을 수십억 원씩 받는 은행장들이 5%,10% 연봉을 삭감한다는 것은 '코끼리 비스킷' 수준밖에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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