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0 11:06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전북칼럼
일반기사

[전북칼럼] 축제, 꽃과 나비어라 - 안홍엽

안홍엽((주)필·애드대표)

이석형PD는 프로그램 구상에 몰두하면서 며칠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다. 그 결과 한적했던 시골 마을은 일약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다. PD출신 이석형 함평군수의 스토리텔링 줄거리다. 인구 3만 6천의 작은 고을에 2백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직간접 수익 2천억원을 헤아리게 되었으니 실로 놀라운 일이다.

 

"함평 나비축제", "나비"라는 한 가지 주제를 살려 다양한 콘텐츠로 사람들의 감각을 매료시킨 결과물이다.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는 연간 6백만명을 끌어 모으는 대표적 수익축제로 자리매김 되었고 삿보로 눈축제, 리우 카니발, 등 세계적인 축제들은 한결같이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여 성공을 거둔 사례들이다.

 

이석형 함평군수는 PD적인 통찰력과 기획력으로 나비라는 사랑스러운 자연에 살포시 접근하여 가히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낸 것이다. 나비는 벌과 달리 꿀을 따러 꽃에 가더라도 벌처럼 공격적이 아니라 춤을 추며 온갖 교태를 다 부리며 접근한다. 축제는 이렇게 주민의 환심에 싸여 꽃과 나비처럼 달콤한 속삭임이 있어야 생명력이 있다.

 

정말로 재미와 의미가 있는 축제라면 주민들은 열렬히 함께하게 된다. 경축하며 벌이는 큰 잔치와 제사, 축제 속에는 모든 예술이 망라되어 있을뿐 아니라 엄숙한 종교성까지도 녹아 있어야 한다. 축제에 예술성이 없고 구성력이 빠지면 혼이 없는 몸짓에 불과하다. 오늘날의 축제는 대부분 본래 의미를 잃고 먹자판, 놀이판, 팔자판으로 변질되었다. 판으로 변질되려면 철저하게 판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는데 엉뚱하게도 지방수령들의 생색내기 판으로 둔갑하여 일회성이 아니면 돈 먹는 하마로 전락돼 버렸다. 그리하여 붕어빵을 닮은 행색으로 바뀌어 중심이 되어야할 주민들의 철저한 외면 속에 그들만의 잔치로 타락해 버렸다. 화천의 산천어 축제가 100만명의 관광객을 모으자 인근 고을에서 메기축제를 벌렸지만 물론 형편없는 실패를 했다. 오늘날 지역축제의 자화상이고 현주소다.

 

내용이 엇비슷한 "판박이 축제", 노래자랑은 단골 메뉴고 농악놀이, 연예인 초청행사, 그리고 먹자판의 난장 등 고만 고만한 레퍼터리로 채워지고 있는 축제마당에는 해마다 사람이 줄고 적자 결산을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고장의 축제 현장, 한마디로 한심하다. 50여개나 되는 축제에 연간 130억원의 예산을 쓴다는데 그 90%이상이 혈세라고 한다. 지방수령들의 생색내기로 전락한 축제라면 혈세의 낭비는 배신이며 범죄행위다. 행사는 있되 평가가 없는 결과다. 평가를 통해 정확한 손익계산서도 작성되지 않았다. 23억이 들어간 세계소리축제는 총수익이 얼마인가? 세계라는 어휘사용에 손색이 없었던가? 예술성은 얼마나 살렸던가? 주민의 단합과 참여는 만족할 수준이었던가? 원칙에도 어긋나고 국적도 없는 자기들만의 무대는 아니었던가? 에 자신 있는 대답을 해야 된다. 모든 축제가 같은 질문에 부끄럽지 않은 응답을 해야 한다. 그리고 평가를 위한 평가, 그들만의 평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축제의 계절이 끝났다. 허영의 이상은 그림자처럼 살아졌다. 쓰나미처럼 휩쓸고 간 그 자리엔 진한 아쉬움과 못다 한 미련과 그리고 흉한 쓰레기만 남았다. "오 마이 갓" 제발 이런 축제는 우리 곁에서 열리지 않게 하소서.

 

꽃과 나비의 향연처럼 꿀맛이 있고 신명이 나는 그런 축제만 남게 하소서.

 

/안홍엽((주)필·애드대표)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