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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인생] 10년간 제자 300여명…한글자원봉사자 이경희씨

글 모르는 할머니께 읽는 즐거움 드려요

10년째 한글자원봉사자로 활동해 온 이경희씨가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desk@jjan.kr)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만 되면 할머니들을 만난다는 즐거움에 하루를 바쁘게 서두르는 한글자원봉사자 이경희씨(48.여).

 

이 선생님이 남원시여성문화센터에서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친 지도 올해로 벌써 10년째다. 10년의 세월을 한결 같은 마음으로 한글을 가르칠 수 있다는 건 투철한 봉사정신과 사명감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씨는 1960년 제주도에서 태어나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서귀포와 한림고등학교 등에서 국어교사로 재직하다가 결혼을 하면서 남원으로 오게 됐다.

 

그가 한글 교사 자원봉사를 시작한 것은 1998년 3월. 남원 여성회관(현 여성문화센터)에서 가난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잡지 못해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할머니들을 위해 한글교실을 열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다.

 

자기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그는 기꺼이 한글을 가르치기로 결심하고 곧장 여성회관으로 달려가 10년의 기나 긴 인연을 시작했다.

 

처음 한글을 가르칠 때는 할머니들이 빨리 이해하지 못하고 이내 잊어버리곤 해서 답답했지만 글자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눈망울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곤 했다. 자식들 뒷바라지에 일생을 바친 수많은 어머니들의 얼굴이기도 한 그들을 보며 연민의 정도 컸다.

 

그렇게 혼신의 힘을 다한 그의 가르침을 받은 할머니만도 지난 10년간 300여명에 이른다. 현재는 20여명의 할머니들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찾아와 한글을 배우고 있다.

 

이씨가 이 일을 천직처럼 묵묵히 하고 있는 것은 글에 눈을 뜨며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는 할머니들의 해맑은 미소 때문이다. 한글을 배우기 전에는 시내버스를 탈 때마다 운전기사나 주위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지금은 혼자서 마음대로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얘기, 은행에 가서 혼자 돈을 찾을 수 있게 됐다는 얘기 등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한글을 배우는 할머니들의 선생님 자랑도 대단하다. 황순례(72) 할머니는 "우리 선생님은 항상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나이 들어 말귀도 잘 못 알아듣는 우리에게 누가 이렇게 자상하게 가르쳐 주겠느냐"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인생의 황혼기지만 여기에 나와서 한글 배우고 있을 때가 가장 좋다. 이 선생님이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추어올렸다.

 

이씨는 2007년에는 가정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만큼 바빴다. 할머니 뿐만 아니라 농촌지역의 결혼이민자 여성들의 가정까지 직접 방문해 한글을 가르치는 일을 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이역만리 머나먼 땅으로 시집 와 언어소통도 안되고 문화적 이질감으로 고생하는 이들을 위해 이씨는 꼬박 1년의 세월을 헌신했다.

 

이씨는 "반듯한 글씨로 쓴 할머니들의 감사 편지를 읽을 때면 하루의 피로가 싹 달아난다"며 "한가지 희망이 있다면 생각보다 문화적인 면에서 소외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행정에서 소외계층들이 문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교육활동이나 다문화가정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고 말하고

 

힘이 닿는 한 할머니들에게 새로운 인생의 희망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이 일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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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철 singc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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