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사료값 폭등 겹쳐 키워봐야 손해
"젖소 송아지 값이 3~4만원이라니요. 강아지도 그보다 더 받을 겁니다. 애물단지가 따로 없어요. 우유를 짜려면 낳을 수 밖에 없는 송아지값이 바닥이니 어디 내다 버릴수도 없고…. 답답하네요."
고창군 고수면 봉산마을에서 16년간 젖소를 키워온 김정대(40)씨. 요즘 젖소 가격 하락과 사료값 폭등으로 부쩍 한숨만 늘어났다. 작년부터 사료 값이 쉼 없이 올라 젖소 160마리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해 250원선이었던 1kg당 사료 단가는 올해 500원을 훌쩍 넘어섰다. 채 1년도 안돼 두배 이상 폭등한 셈이다. 배합 사료뿐 아니라 조사료와 영양제, 약품 등 모든 것이 70% 정도 가격 상승했다.
김씨가 납품하는 우유 매출은 월 4000만 원선. 하지만 대출금과 사료대금, 약품대 등을 떼고 나면 수중에 남는 것은 거의 없다.
"어느 정도 수익이 생길 것을 감안해 돈을 빌려쓰면 바로 빚이 되고 마는 실정입니다. 네 식구가 먹고 살기 힘들 정도예요."
IMF때보다 더 길고 깊은 불황의 터널이 시작된 것 같다는 김씨는 빚만 없으면 아예 낙농업을 접는 것이 속편하지만 대출상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꾸려나간고 털어놓았다.
▲ 젖소가격 5만원도 안돼
낙농업계에 따르면 젖소 송아지(초유떼기)값은 지난해 50만원 안팎에서 최근 5만원 대로 급락했다. 도내 일부 지역에서는 마리당 3~4만원에 거래되고 그나마 수요가 없어 거래 자체가 끊기다시피 한 상태다.
"며칠전 숫송아지 단가가 3만원에 불과해 내다 팔지도 못했습니다. 지금 10여마리를 어쩔 수 없이 키우고 있죠. 하지만 비육하는 것도 사료값이 터무니없어서 걱정입니다. 혹시나 하고 키우고는 있지만…."
연간 생산하는 숫송아지를 내다 팔아 올리던 부수익이 사실상 없어졌다는 김씨는 "이제는 사료값 때문에라도 입식에 나서는 농가가 사실상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즉 송아지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육우농가의 사육의지가 떨어져 송아지 입식을 주저하게 함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사료값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낙농가의 경영압박을 가중, 낙농산업 전체에 위기감을 주고 있는 셈이다.
보름전, 김씨는 2년 동안 키운 수소 8마리를 공판장에 팔아 겨우 1800만원을 건졌다. 한 마리당 220만원 꼴. 송아지 한 마리를 키우려면 사료 5톤과 인건비, 약품대 등 모두 300만원 이상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마리당 80~100만원 손해를 봤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 대책은 없나
김씨는 육우소비 확대를 위한 노력과 함께 군대나 학교 등 단체급식 활용 등을 위한 제도적 대책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미국산 쇠고기에 따른 영향을 우리 낙농가들이 고스란히 떠안았습니다. 쇠고기 수입과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가 시행되면서 젖소와 송아지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으니까요."
송아지 생산안정사업에 참여한 한우농가들이 젖소 송아지값보다 더 높은 17만5000원씩 보전금을 받게 돼 상대적인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김씨는 젖소 송아지값 하락을 보전할 수 있는 송아지 생산안정사업에 젖소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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