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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그래도 역사는 진보한다 - 윤찬영

윤찬영(전주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역사는 진보하는가? 역사에 대해서 던지는 기본적인 질문들이다. 그러나 정답은 없다. 역사를 한낱 과거의 사실 자체로 이해하는 사람부터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숭고한 진리가 작동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까지 그 진폭은 참으로 넓다.

 

과거 군사독재체제에서 민주화운동을 했던 세대들은 역사의 법칙을 과학적으로 이해하지는 못 했다 하더라도 역사의 진보를 신앙처럼 믿었던 것 같다. 독재권력의 폭력 앞에서 피가 터지고 죽어가지만 그래도 끝내 진리가 승리할 것이라는 강고한 믿음이 없었다면, 이 땅의 민주주의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기 시작했을 때 얼마나 감개무량했었던가? 영원할 것 같았던 권력의 부패를 도려낼 때 얼마나 카타르시스를 느꼈던가? 피 흘린 만큼 꽃피우는 역사의 진리를 체험하며 온 몸의 떨림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역사는 70~80년대를 향하여 거꾸로 가고 있다.

 

중고등학교 사회과목에서부터 대학의 경제학을 배울 때까지 '실업'이라는 단어는 시험 출제용으로만 유용한 개념이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경제는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였고, 일자리는 계속 늘어났기 때문에 실업문제를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약 40년 가까이 그랬다. 그러다가 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거꾸로 가는 경제, 실업문제를 뼈와 살이 아프도록 경험했다.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나나 했더니 이제 더 큰 공황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까지 거론되고 있다.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도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다시 역사에게 묻는다. 역사는 진보하는가? 어떤 이는 파동처럼 굴곡은 있어도 크게 봐서 역사는 진보한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역사는 나선형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도무지 알 수 없다. 꾸준한 관찰과 성찰을 통해 필자가 파악하기로 역사는 단진동을 하면서 진보한다. 세기의 단위에서 보면 역사는 진보한다. 그러나 몇 년 또는 몇 십 년 내의 범위에서 역사는 후퇴하기도 한다. 독일의 이상적인 국가 바이마르공화국이 실패로 끝나고 히틀러의 파시즘이 지배했던 것, 4·19 이후 이승만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선진적인 내각책임제를 도입했으나 민생은 더욱 도탄에 빠지고 박정희의 군사 쿠데타와 장기적인 독재체제가 등장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우리 인간의 수명이 세기를 넘지 못하다보니 혹자는 역사의 진보시기에 활동하다 죽어가고, 어떤 이들은 후퇴기에 살다가 죽어간다.

 

2007년 대선 정국을 돌이켜 보자. 한나라당 경선이 한참일 때, 필자는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예상했다. 불길한 예측은 모두 맞아떨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정치는 급격히 후퇴할 것으로 예측했고, 경제는 대통령의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정치는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에 주로 국내적 범주에서 대통령의 의지대로 움직이지만, 경제는 세계적 범주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경선 때부터 퇴보하는 역사를 걱정했다. 역사의 후퇴기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각오는 했지만, 이건 너무 한 것 같다.

 

이제 우리는 역사 후퇴의 진폭과 기한을 단축하고 다시 전진하도록 역량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살고, 지역이 살고 우리가 산다. 역사는 범민주세력의 결집을 명하고 있다. 험한 길로 나서라고 부르고 있다.

 

/윤찬영(전주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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