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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2월은 역사의 분기점 - 윤찬영

윤찬영(전주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역사적으로 2월은 중요한 달이었다. 1917년 러시아 짜르체제를 붕괴시켰던 것이 2월 혁명이다. 이것은 11월 볼셰비키혁명으로 이어져 사회주의 소련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또한 1848년 프랑스 2월 혁명은 왕정을 무너뜨리고 공화정으로 전환시켰고, 유럽 전역에 혁명과 통일의 기운을 전파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985년 2?12총선은 민주화의 도화선이 되었다. 엄혹했던 전두환 정권 시절에 신한민주당이 선거혁명을 통해 제1야당으로 부상하면서 대통령직선제 개헌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러니까 2?12총선은 1987년 6월 항쟁의 전주곡이었던 셈이다.

 

계절의 면에서도 2월은 혹독한 겨울이 물러가고 생명이 소생하는 봄을 맞는 시점이다. 그래서일까, 2월에는 역사적으로 중대한 분수령이 되는 사건들이 많았던 것 같다. 혹독하게 기승을 부렸던 황제, 절대왕정, 군사독재 등이 결정적인 타격을 입고,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는 물꼬를 트는 계기가 2월에 나타났던 것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도 2월은 중요한 국면으로 다가왔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22년 만에 각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대국민대회를 열었다. 소위 MB악법을 놓고 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간 대격돌을 벌이게 되어 있다. 만일, 이 법들이 통과되게 되면 우리는 다시 ·70년대로 돌아가야 한다. 한나라당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며 펄쩍 뛴다. 그러면서도 공개적인 국민적 토론의 장을 제대로 마련하지도 않는다.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 발생했다.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서울대생 박종철군이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경찰의 발표는 결국 정권의 무덤을 파헤치는 결정적인 패착이 되었다. 올 해 1월에는 공교롭게도 남영동 근처에 같은 용산구에서 생존권을 요구하며 농성하던 철거민들이 결창의 강경진압에 의한 화재로 5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자는 경찰 1명을 포함하여 6명이다. 22년 전에도 고 박종철군의 사인을 놓고 이를 호도하려는 정부당국과 이에 저항하는 국민들 사이의 힘겨루기가 이루어졌고 결국 국민적 항쟁으로 이어졌다.

 

당시와 비교해보면, 끔찍한 참사가 모두 서울 용산구에서 벌어졌다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무엇보다 일을 저지르고 어설프게 무마하려 해서 일을 아주 크게 만든 것이 경찰이었다는 점도 같다. 이런 점에서 경찰은 민주화의 공신이다.

 

또한 당시에는 고 박종철군의 사체를 부검한 의사가 기자에게 고문 흔적이 있었다는 점을 실토하여 경찰과 정권을 궁지로 몰았고,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라는 단일한 민주화 목표 아래 재야 양심세력과 야당이 단결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야당 및 시민사회진영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이 부분이 관건인 것 같다. 그래서 이번 2월은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이번 2월에 어떻게 투쟁해야 하는가? 일단, 용산참사의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주력해야 한다. 법안 처리를 우선적으로 다루게 되면 결국 한나라당에 끌려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맞서 민생 해결을 위한 법안을 제시하고 관철을 위해 싸워야 한다. 이런 대안 없이 MB악법 저지에만 매달리면 결국 패배한다. 또한 재보궐선거에서 정파의 이익 관철을 위해 공천과정에서 꼼수를 부린다든지, 특정 정치인의 입지를 세우는 데 주력한다든지, 국회에서 싸우는 척하다가 결국 숫자의 열세를 명분으로 적당히 타협한다든지 하면 민주주의 역사에서 역적이 될 것이다. 죽으려 하면 산다고 했다. 민주당은 죽을 각오를 하는가? 죽을 자신 있는가?

 

/윤찬영(전주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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