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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다큐멘터리 2009년의 봄 - 안홍엽

안홍엽(필·애드 대표)

오늘은 정월 대보름날, 상달에 상원(上元)이다. 입춘대길(立春大吉), 정월은 한해를 시작하는 달로서 도가(道家)에 따르면 천지인(天地人) 삼자가 합일하고 사람을 받들어 일을 이루며 하늘의 뜻에 따라 화합하는 달이라고 했다.

 

매년 정월이면 으레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지함(토정)선생의 비결에도 기축 년 소의 해는 여유와 평화의 해라고 했다. 많은 역술인들마저 모든 국민이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자갈밭을 가는 황소(石田耕牛)처럼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마침내 좋은 세상을 만날 것이라고 격려의 말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2009년엔 그저 수그리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수그리라는 충고는 겸손과 이해를 뜻하는 말인 듯싶다. 지도자들이 새겨들을 얘기다.

 

부딪치면 깨지기 마련이고 자꾸만 부딪치면 화합은 더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화합의 전제는 역지사지(易地思之)다. 링컨대통령은 "그 누구에게도 적의를 품지 말고 모든 사람에게 호의를 갖자"고 역설하여 미국을 하나로 통합하고 국민적 화합을 이끌어 냈다. 44명의 미국 대통령 가운데 인기순위 1위의 비결이었다. 소통과 화합을 강조하면서도 단절과 이간을 부채질 하는 우리 정치지도자들에게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한배를 탔으면서도 8개월만의 어색한 만남 끝에 단 2분으로 대화를 끝낸 대통령과 박근혜, 국민은 이 만남을 어떻게 볼 것인가. 방한하는 힐러리 장관의 소감이 충격적일 것 같다. 밤잠을 설치며 경제를 걱정한다는 야당은 국가 비상국회가 아니라 용산국회를 운영하며 극한적인 정치투쟁으로 난국을 넘으려 한다. 국민은 이를 두고 과연 어떻게 느낄까. 왕은 백성을 하늘로 삼고(王者以民爲天) 백성은 밥을 하늘로 삼는다(民以食爲天)(이지함 선생의 글)는데 허기에 지친 백성들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들이다.

 

4.29 재선거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30여명 우리 지역 명사들도 다음 물음에 확실한 대답이 없는 한 단 꿈을 접어야 한다. 어려운 이웃을 위하여 무슨 일을 하였는가? 진정 국민을 하늘로 생각한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는가? 여론조사에 나타난 참신한 인물이란 이 질문에 자신 있는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본연의 업무는 부단체장에게 맡겨 놓고 사실상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는 자치단체장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것이 오늘날 난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인간 환경이라면 어디 서러워서 살겠는가. 정말 국민노릇 못해먹겠다.

 

소리마당에서 "얼씨구" "좋다" 추임새가 없으면 그 판은 버린 판이다. 판의 주인은 소리꾼이 아니라 관객이라는 뜻이다. 앵콜과 박수가 없는 음악회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모든 일이 이처럼 위민(爲民)의 기초 위에 이루어지고 성취되어야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의 세상사는 그렇지를 못하다.

 

입춘이 지났으니 이제 바야흐로 봄, 하동 홍쌍리 농장의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렸다고 한다.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매화꽃을 보라. 모진 북풍한설을 이겨 내고 희망의 전령사로 그 다소곳한 자태를 내민 것이다. 경제는 말이 아니고 정치는 X판이라도 매화꽃보다도 아름다운 선량한 우리에게 이 봄은 분명 희망의 찬가를 불러 주리라 믿는다. 남원에서 올라간 10살 여진이의 소원처럼 "우리 엄마 울지 않도록 만 해 주세요"가 대통령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세상이라면 우리의 앞날이 꼭 슬프지만은 않을 것이다. "폭풍이 지난들에도 꽃은 피고 지진에 무너진 땅에서도 맑은 샘은 솟아오른다." 다큐멘터리 2009년의 봄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안홍엽(필·애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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