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찬영(전주대 교수)
마치 봅슬레이 경기를 하듯이 정치와 경제 모두 빠른 속도로 하강하고 있다. 보는 이조차 아찔하다. 경제성장이 당연히 일자리를 증진시켰던 과거의 경제는 이미 사라졌고, 한 동안 고용 없는 성장의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는 성장도 고용도 모두 주저앉는 모양이다. 여기에다 대통령과 여당은 과거 회귀로 치닫고 있다. 지지율이 바닥 수준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 또한 낮은 지지율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과부적을 호소하며 온 몸으로 여당에 저항하고 있지만, 아직은 국민들에게 별로 먹혀드는 것 같지 않다. 국민들이 마음을 둘 곳이 없다는 얘기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4월 29일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선거는 민심의 성향과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인천 부평과 경주, 그리고 전주의 완산갑, 덕진 등 4곳에서 재선거가 치러진다. 전국적으로는 MB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또는 심판의 의미를 갖는 재선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전주의 재선거는 민주당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강하다. 재선거를 하게 됐다는 것 자체가 지난 해 총선에서 민주당이 공천을 잘 못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재선거에 임하는 민주당은 환골탈태의 자세로 국민들과 지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대 해야 한다. 한나라당 역시 이 지역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강현욱 전 지사를 내세워서라도 전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역시 이번 기회에 진정한 제도권 야당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강기갑 대표와 권영길 의원, 노회찬, 심상정 대표가 전주에 진을 치고 분투해야 한다. 이런 정도의 성의도 없다면 앞으로 민주당에 대해 지역당 또는 호남당이라는 비판을 삼가야 할 것이다.
이 와중에 정동영 전 장관의 덕진 선거구 출마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그의 출마여부는 개인적인 선택이지만, 그 의미 속에는 민주당과 전주지역이 모두 연루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찬반을 논하는 것 같다. 지지자들은 힘없이 밀리고 있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서 정동영 전 장관에 대한 향수가 강한 것 같다. 그러나 그를 지지하면서도 출마를 반대하는 이들도 많다. 지역구를 채수찬 전 의원에게 넘겨주고 대권에 도전했던 그가 다시 덕진에 출마한다는 것은 격이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창피스럽다는 생각마저 하는 것 같다. 오히려 부평 출마 또는 다음 기회에 수도권에 도전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
그가 덕진에 출마한다면 당선은 될 것이라는 게 모든 사람들의 판단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정동영 전 장관이 선거에 나오든 안 나오든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정치판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힘을 받지도 못한다. 물론 민주당이 그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다면 사정은 조금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지금 그것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현재로서 차기 대권주자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만이 돋보인다. 확실한 고정표를 예약한 주자로 현 정권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아 대안으로 손꼽히고 있다. 정동영 전 장관은 박근혜, 이재오 등 한나라당 대권주자들과의 일전에 대비하여 내공을 쌓아야 할 것이다. 또한 원외에서 자유롭게 할 일이 많다. 이렇게 하기엔 지금 너무 배고프고 힘들다면 덕진 재선거에 올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일단 살아야 하니까. 하지만 더 이상의 정치적 기대는 갖기 어렵게 될 것이다.
입법전쟁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 민주주의의 역사가 해체될 위기에 처해 있다. 북한은 계속 무력충돌 위협을 하고 있고, 언론노조는 총파업에 돌입하고 정권퇴진운동까지 시사하고 있다. 환율은 치솟고 경제는 추락하고 있는데,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재선거는 예비후보자들만의 구호만 요란하다. 정치와 시장의 봄은 올 것인가?
/윤찬영(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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