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엽((주)필·애드 대표)
"떠나길 주저하는 겨울의 끝자락에서 새싹 움 트는 소리에 골짜기는 진동하리라"고 상기된 언어로 시인은 노래하지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어도 봄 같지를 않습니다. 글로벌 경제 파국이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드디어는 정신적 공황으로 이어지는 미증유의 재난 앞에 우리는 속수무책입니다. 솔로몬의 지혜로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인 듯합니다. 최후의 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거라고 성급한 진단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질서의 축이 새로 설정되고 진행되는 과정일 것이라고 애써 위안을 해 봅니다.
우리들 처지에서 보면 위기가 곧 기회일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해 보지만 끝이 보이지 않은 터널을 어떻게 벗어날지가 걱정입니다. 이것은 굳이 경제에서만도 아닙니다. 오히려 정신적인 패닉에 빠질까봐 걱정입니다. 사즉생(死則生)의 결연한 용기와 정신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인용하여 분발을 요구했지만 그 강도가 너무나 빈약합니다. 하시모토 오사가 지사처럼 청사부터 후미진 곳으로 옮기고 간부의 봉급을 16%나 깎으며 "실패하면 저와 함께 죽어 주십시요"라고 공무원들을 압박한 촌철살인의 비장함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 지도자들은 그런 비장함도 진지한 고민도 없어 보입니다. 세계만방에 깡패 정치판, 난장판 국회를 들어내 보여 국민의 자존심에 씻을 수 없는 먹칠을 하였습니다. 놀면서 싸우면서 엄청난 세비만 챙기는 그들,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두 퇴출 대상들입니다. 그도 모자라 명색이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대한민국은 독재국가다"라는 동영상을 5개 국어로 만들어 160여개 나라 하루 2억명이 방문하는 유튜브에 올렸다니 기가 막히다 못해 기절할 노릇입니다. 도대체 이런 나라가 이 지구상 어디에 또 있는지 물어봅시다. 3대 세습을 진행하고 있는 북한과 더부러 한반도는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눈을 우리 동네로 돌려 봅시다. 정동영의 출마여부로 재선거판은 뒤죽박죽이며 조작된 임실의 기적은 전북교육의 치욕으로 기록 되었습니다. 프래카드만 요란한 재탕 경제 살리기 행사는 이어지고 죽으나 사나 새만금에 향토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딱한 처지, 이것이 오늘날 우리 동네 실상입니다.
"지금 난 미쳐 버릴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이 끔직한 시기를 견디며 살아갈 수 없습니다."투신자살 직전에 남편에게 남겨 놓았던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유서를 어느 책에선가 보았습니다. 지금 우리 이웃에는 이런 유서라도 쓰곺은 처절한 심정들이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시간도 우리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영광도, 믿음도, 땅도, 하늘도 심지어 역사는 더더욱 우리 것이 아닙니다. 고스란히 물려주어야 할 유산입니다.
위대한 정신적 지도자의 선종으로 우리는 확인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조문행렬 속에서 우리 국민의 참 마음을 읽었습니다. 한사코 낮은 곳을 향하여 불살랐던 그분의 사랑 앞에 우리 모두는 피보다 진한 참회의 눈물을 흘렸고 그 사랑을 본받기로 마음속에 다짐했습니다. 우리에게 남기고 떠난 그분의 고귀한 사랑을 따른다면 비록 험난한 십자가의 길인들 어찌 감당하기 어렵겠습니까. "이 또한 곧 지나가리라" 솔로몬의 지혜를 마음에 새기고 간다면 새벽은 결코 머지않았습니다. 전국으로 번지는 사랑의 장기 기증대열을 보면서 그래도 우리에겐 희망이 있음을 확인합니다. 사랑합시다.
/안홍엽((주)필·애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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