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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나도 그런 형이 될 수 있었으면 - 안홍엽

안홍엽(필 애드 대표)

풀잎은 풀잎대로/바람은 바람대로/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5월/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이해인 수녀님은 "5월의 시"에서 빛을 향해 눈 뜨는 빛의 자녀가 되게 해달라고 간절한 기도를 올린다.

 

천진스러운 아기의 웃음 같은 5월, 살아 있다는 자체가 경이롭고 감사한 이 생명의 5월은 그 자체가 축제다. 인간에 대한 존엄과 자연에 대한 외경이 일상으로 살아 있기 위해 자비와 사랑과 희생과 봉사를 함축해 놓은 상징적 기념일이 즐비한 5월이다.

 

부처님 오신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5.16과 5.18도 생각해 보면 자비와 사랑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역사의 업보일 수 있다. 모진 세월의 질곡 속에서도 오늘을 살 수 있는 바탕에는 분명 5월의 소중한 가치들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장영희님의 글에서 읽은 얘기다.

 

자전거를 열심히 닦고 있는 사람에게 구경하던 한 소년이 물었다. "이 자전거 비싸요?" "글쎄, 우리 형이 사 준건데…" 소년은 "나도"라는 말만으로 끝을 맺지 못했다. 소년의 마음은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는 동생에게 이런 자전거를 사줄 수 있는 형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의 마음은 이러하지만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어린 아이의 열린 마음을 점점 잃어버리고 나만의 성을 쌓아 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본래의 자신이 아닌 변종된 나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을 지키지 못한 사람들의 말로를 우리는 역역히 보고 있다. 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만이 남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법이다. 하물며 지도자라는 위치에서야.

 

그러나 과연 그러 한가.

 

옛날에는 선비들도 돈전(錢)자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는데 대통령의 자리를 돈 버는 수단으로 삼았는가 하면 모든 죄를 집사람에게 미루는 대통령도 만나고 있다. 집권 여당의 당내 서열 10위의 국회의원이 포리스 라인을 넘었다고 해서 수갑을 채워 연행하는 미국의 예를 사진으로 보았다. 국격을 형편없이 추락 시켰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전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감정을 똑바로 읽어 주어야 한다. 전임 대통령이라고 해서 법 위에 모셔야만 하는 것인가. 대통령이었기에 법의 잣대는 더욱 엄격해야한다.

 

"죄송합니다. 면목 없습니다."는 대통령 했던 사람의 할 말이 아니다. 이미 대통령이 아니었음을 국민 앞에 고백한 거나 마찬가지다. 노랑 장미꽃을 아름 따다 가는 길에 뿌리며 손 흔들어 인사하는 선량한 국민들을 배신한 것이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재보선이 끝나 제 각각 의미들을 평가하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에게 있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행인 것은 우리지역의 정치 정서도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지역 두 사람의 당선자에게 한마디씩의 고언으로 축하를 대신하고자 한다. 정동영씨는 스마일 형으로 입을 열고 정권을 되찾아 오겠다는 결의에 앞서 진정 동생에게 자전거를 사주고 싶어 하는 형의 마음부터 가져주기 바란다.

 

70에 초선의원이 된 신건씨는 당선 소감의 말대로 확실한 전주사람이 되어 실제로 동생에게 자전거를 사주는 형이 되어야 한다.

 

사랑과 정성은 부메랑 같아서 베풀면 언젠가는 꼭 내게 돌아온다는 것을 신앙처럼 믿는 지도자가 되기를 바라는 뜻이기도 하다. 빛과 사랑의 계절, 빛을 향해 사랑을 위해 우리 모두는 그들의 자녀가 되게 해달라고 간절한 기도를 올리자.

 

/안홍엽(필 애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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