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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총 맞은 것처럼 - 윤찬영

윤찬영(전주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 중계방송을 시청하다가 육영수 여사 피격사건을 목격하였다. 충격이었다. 1979년 10월 27일, 그날따라 새벽에 잠이 깨어 냉수 한 대접 들이켜고 라디오를 켰다가 애국가에 이어 박정희 대통령의 유고 소식을 듣고 혼란과 흥분을 느꼈다. 2009년 5월 23일 아침,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었다. 만우절도 아닌데 무슨 소리냐며 일단 축구를 계속 했다. 축구를 마치고 사실을 확인한 후, 이긴 팀도 진 팀도 모두 무거운 분위기에 휩싸였다.

 

전직 그것도 바로 직전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4?19 직후를 제외하고 우리나라는 대통령중심제를 유지해왔다. 대통령은 권력의 1인자요, 국민의 대표자였다. 과도한 권력 때문에 국민도 대통령도 숱한 불행과 고난을 겪어야 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4?19 이후 하야하여 망명의 길을 떠났다. 박정희 대통령은 재임 중에 충직한 부하의 총에 숨을 거두었다.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은 국민의 열화와 같은 요구에 감옥살이를 해야 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아들 현철씨가 감옥살이를 해야 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햇볕정책의 핵심인사들이 감옥살이를 해야 했다. 현재로서 마지막 전직 대통령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시절 권력층 인사들의 자살사건이 유독 많았다. 2003년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 2004년 안상영 전 부산시장, 남상국 전 대우건설 회장, 박태영 전 전남지사, 이준원 전 파주시장, 2005년에는 이수일 전 국정원 제2차장, 2006년에는 경찰청 간부, 서울시 간부 등이 자살하였다.

 

그런가하면, 연예인들의 자살도 잇따랐다. 2005년 이은주씨, 2007년 유니씨, 정다빈씨, 2008년 안재환씨, 최진실씨, 그리고 2009년 장자연씨 등 유명 연예인들이 자살을 선택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계속되는 경제위기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살하고 있어 자살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제 전직 대통령마저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과와 그에 대한 호불호의 감정을 떠나 전직 대통령이 권좌에 물러난 지 얼마 안 되어 자살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슬픔과 착잡함을 억누르기 힘든 것 같다. 게다가 최근에 포괄적 뇌물 수수 혐의로 대검찰청의 조사까지 받았지 않았는가? 현 정부는 작년 촛불집회부터 소통의 부재가 현격하게 나타나고 있고 지지율도 바닥인 상황에서 검찰의 조사를 받던 전직 대통령이 고향마을 사저 뒷산의 바위에서 뛰어내려 죽음을 선택한 사건은 많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무죄로 처리되기는 했지만 미네르바 사건은 현 정권의 소통부재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또한 궁지에 몰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장소는 부엉이 바위이다. 자연스럽게 '미네르바의 부엉이'를 떠올리게 된다.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 헤겔(Hegel)의 말처럼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지나야 날개를 편다". 역사가 어떻게 전개될지 지나봐야 알겠지만, 어둡고 보이지 않는 곳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부엉이, 이에 따라 지혜롭게 판단하는 미네르바의 교훈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백지영씨의 노래 '총 맞은 것처럼'이 엄청나게 히트했다. 왠지 불길함을 느꼈었는데, 결국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총을 맞은 것인가?

 

/윤찬영(전주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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