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엽(수필가. 필애드 대표)
우리나라에서 단 한 명뿐인 불치병으로 온몸이 굳어서 꼼짝도 못하는 환자가 남겼다는 시의 한 귀절입니다.
"새벽, 겨우 겨우라도 잠자리에서 일어나 아침 햇살을 볼 수 있기를,
아무리 천대 받는 일이라 할지라도 일을 할 수 있기를,"
"구리 료헤이"의 소설 "우동 한 그릇"은 두 아들을 데리고 우동 집에 들어가 우동 두 그릇을 시켜 나누어 먹으며 내년에는 세 그릇을 시켜 먹을 수 있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소망을 그렸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소망이 너무나 컸기에 그 좌절감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최후를 선택했습니다. 설령 측근 중 누가 적절치 못한 행위를 했더라도 한편이었던 사람들마저 자기와 거리 두기에 나설지는 몰랐을 것입니다. 전국을 뒤흔든 조문 정국은 그들의 죄책감에서 나온 거라고 하면 과장일 런지요. 사상 처음으로 시행된 존엄사는 생명의 존엄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저러한 일로 소망이 크면 좌절도 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정부 여당이 경쟁상대가 아니라 투쟁 상대며 대통령의 사과가 없으면 등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국회 앞 연좌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단호한 대통령이어야 하고 국회는 싸움터가 아니길 우리는 소망합니다. 성당의 종소리도 소음 피해라는 이유 때문에 듣지 못합니다. 전국의 도로는 방음벽으로 막혀 여행의 즐거움을 즐기지 못합니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소음은 절대로 용납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광장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난폭한 굉음들이 주변 시민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이 시끄러워 일을 못하면 그 피해는 어디로 돌아갑니까? 70억원 이상의 혈세를 드려 만든 다른 광장 역시 고성능 전자음으로 시민들을 괴롭힙니다. 이게 뭡니까? 광장에 나무를 심어 소음 없는 고간으로 쓸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옛 모양을 살린다고 만들어 놓은 전주 한옥지구 실개천은 여름이 되자 이끼 닦는 아낙들로 가득합니다. 혈세를 낭비하는 공직자가 없기를 소망합니다. 중앙당에서조차 인정하지 않은 자치단체장 후보 공천을 시작으로 노골적인 지선 전략에 들어간 민주당은 어찌 이토록 자기들의 소망에만 집착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검찰 발표가 사실이라면 PD수첩 수사가 과연 국민의 알 권리를 짓밟는 정권의 음모일까도 의문스럽습니다. 선진 된 정치문화를 소망합니다.
가끔씩 떼쓰는 어린이를 달래는데 장애인이 활용 됩니다. "에비에비, 너 울면 저 사람이 잡아 간다." 많은 문학작품에서 장애인은 무서운 사람, 공포의 대상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할 말을 못 하고 하고 싶은 일도 하지 못 하는 우리는 이미 장애인이 되었지만 세상을 불안하게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에비에비"의 대상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민족상잔의 비극은 59년이 흐르도록 막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5천만은 한결같이 비극의 종말을 소망합니다. 우리들의 소망은 작지만 간절합니다.
하느님! 아무리 세상이 어지럽더라도 우리 모두가 서로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노력하면 소망은 이루어지리라고 믿습니다. 누구나의 마음속에 별처럼 총총 새겨진 이 작은 소망들이 조금씩 조금씩 이루어지도록 하느님! 저희에게 희망을 주소서. 어차피 인생살이 덤이라지만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덤이 아니라 더 좋은 덤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 모든 소망이 이루어지리라는 희망의 축복을 내려 주소서.
/안홍엽(수필가. 필애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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