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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전주·완주 통합의 길 - 안호영

안호영(변호사·참여자치연대 공동대표)

최근 전주완주 통합 움직임이 갈등의 길로 가고 있어 걱정이다. 통합 추진기구들이 연내 주민투표 실시를 목표로 속도를 내자 완주군의 농민 여성단체들과 완주군 의회 등이 일방적인 흡수통합 추진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날 방폐장 유치를 둘러싸고 부안에서 있었던 주민간 갈등이라는 아픈 상처를 떠올리게 된다. 아직 갈등의 초입인 이 시점에서 통합의 의미나 방법을 진지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전주를 둘러싸고 있으면서 역사 문화가 비슷하고 생활권이 같은 완주와 전주의 통합은 광역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행정의 효율성과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랜 숙원 사업의 하나이다. 더욱이 정부가 연내 자율통합 결의를 하는 경우 상당한 지원을 한다 하니 좋은 기회기도 하다.

 

이런 점은 통합을 찬성하거나 반대하거나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왜 갈등이 일어나는 것일까? 통합추진과정을 보면, 통합추진단체가 정부의 자율통합 시한을 이유로 충분한 여론 수렴 절차 없이 우선 통합건의서명 작업에 들어갔고, 반대측에서는 이를 전주시가 완주군과의 여러 쟁점 현안에 대한 진지한 해결의지 없이 일단 통합하고 보자는 흡수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마디로 통합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 형성 절차 없이 진행되는 움직임에 대한 반발인 것이다.

 

지금의 상황이 그대로 전개될 경우 조만간 격렬한 갈등으로 통합은 커녕 지역 사회에 심각한 후유증만 남기게 될 가능성이 크다. 통합을 위해서는 대책이 필요하고 대단히 시급하다.

 

문제의 해결 방안은 멀리 있지 않다. 모두가 다 아는 것처럼 통합 자치단체 주민 다수의 뜻에 따라 해결하는 것이다. 즉 찬반 양측이 참여해서 통합 필요성이나 문제점을 토론하고, 조정 타협하는 과정을 통해 주민들이 자연스레 통합이든 반대든 선택하도록 절차와 내용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 시대의 분쟁해결 방법이다.

 

사실 통합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통합을 하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대부분의 주민들은 잘 알지 못한다. 우선 1995년 이래 지금까지 80여개의 도시와 농촌을 40 여개로 통합한 도·농 통합이 예측된 행정의 효율성 증진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거대 통합시 출범과 이후 행정구역 개편으로 도가 폐지되거나 약화 될 경우 오히려 중앙집권화 되어 광역자치단체 강화라는 세계적 추세나 지방자치 강화에 역행할 수도 있다. 통합이 양쪽 주민 모두의 생활향상으로 연결될지도 의문이다. 이처럼 통합에 얽힌 문제를 하나하나 따져보면 간단하지 않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여론몰이가 아니라 통합의 당사자인 주민들이 모여 통합에 얽힌 문제를 따져보는 절차이다. 통합이 급하면 급할수록 더욱 더 완주군 마을 마을 마다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 찬반 양측 모두 통합이 필요한지, 통합되면 쓰레기 처리장 같은 혐오시설은 어찌 되는지, 전주시의 지원 약속은 실현가능한지, 오해가 있다면 풀고, 정말 문제가 된다면 통합을 위해 양보하고 타협할 수는 있는지 등 따져봐야 한다. 그 과정에 행정기관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원하여야 함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런 절차를 밟다 보면 통합시한을 넘겨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걱정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정부 지원책 역시 전국적인 행정구역개편에 대한 논의와 맞물려 있어서 확실하지 않다. 또 정부의 지원 보다는 통합의 과정을 통한 공감대 형성, 신뢰와 민주주의 실천 경험이 통합의 실질적인 추진력이 되고 통합시나 지방자치 발전의 소중한 밑거름으로서 더욱 귀중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의 의미를 새겨볼 때다.

 

/안호영(변호사·참여자치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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