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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 없어…" 다단계 수렁에 빠진 조선족

'평생수익 보장' 솔깃해 시작…'카드깡'에 어느새 빚 8000만원

"수도 없이 많은 유령회사에'질렸어 질렸어'하면서도 다시 다단계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단계의 피해를 입고나서도 현금을 융통하기 위해 카드깡을 해주는 다단계회사에 다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는 조선족 허모씨(64).

 

그의 집 앞에는 한 다단계 회사의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중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던 재원인 허씨는 지난 1995년 아버지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아버지의 고향인 전주에 왔다.

 

그러나 한국에서 재혼한 허씨는 남편의 재산문제로 자식과 다툼이 생겨 99년 합의이혼했다. 500만원의 위자료와 생활비 10만원을 손에 쥐고 집을 나온 허씨는 고생끝에 모은 돈으로 중국어 교습소를 차려 생계를 이어갔다.

 

허씨가 첫 번째 사기 다단계에 빠진 것은 2008년. "불경기때는 오프라인 교육보다 인터넷 교육이 낫다"며 한 다단계 회사 모집책이 접근했다.

 

다단계 업체 설명회에 따라갔다가 '회원 2명만 모집하면 지국장으로 승진시켜주고 평생 수익이 보장된다'는 말에 솔깃한 허씨는 '회원이 되려면 권리금을 내야한다'는 말에 넘어가 1000만원 상당의 카드빚을 지게됐다.

 

허씨의 빚 고민을 알고 있던 타 다단계 모집책의 '다단계 회사에서 15% 이자를 떼고 거짓으로 매출한 것처럼 속여(속칭 까드깡)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말에 속은 허씨는 급한 카드대금을 막고 사람을 모집하는데 뛰어들었다.

 

'회원이 돼 760만원 어치 물건을 판매할 사람 2명(2구좌)을 데려오면 430만원의 수당이 나온다'는 말을 믿었지만 한 병에 60만원씩 하는 물건(어성초)을 10병 이상 판매할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다단계 보증금과 카드빚을 막기위해 다단계 회원들끼리 계를 만들어 한 사람씩 물건을 판매한 것처럼 해 등급도 올리고 돈을 계 형식으로 태워주기도 했다는 허씨.

 

그는 "다단계 회사에서 처음 피해를 입고 돈이 되지않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당장 융통해야 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또다시 다단계로 발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며 "회사가 사라지고 나면 울부짖는 사람들 틈에서도 다시 다단계로 발길을 돌려야 하는 자신이 한없이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렇게 카드 매출로 잡힌 허씨의 빚은 모두 8000만원 정도. 지난 7월 카드 결제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주시 경원동 소재 한 업체의 문을 두드렸지만 돈을 융통하지 못한 허씨는 결국 주변의 도움으로 파산신청을 냈다.

 

허씨는 "다단계 주위를 맴도는 사람들 대부분은 다단계 피해 때문에 생긴 카드빚을 막으려고 맴도는 사람들"이라며 "빈털터리가 되고나서야 절대로 다단계에 빠져선 안된다는 교훈을 얻게됐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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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나네 nane01@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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