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성(전주교대 사회교육학 교수)
지난 3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 15명에 대해 정부의 징계 요청을 유보한 경기도교육감에게 "직무이행 명령"을 내렸다. 정부의 방침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육자치단체장에게 "직무이행 명령"을 내린 것은 우리나라에서 교육자치가 시행된 이래 유래가 없는 처음 있는 일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경기도교육감이 검찰 수사 결과를 통보 받고도 관할 징계위원회에 징계 의결을 요구하지 않은 것은 교과부장관이 위임한 사무를 따르지 않은 것"이라며 "한 달 안에 징계 절차를 밟지 않으면 형법의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동시에 행정·재정적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교과부는 경기도교육청에 대해 감사권을 발동하거나 교부금을 삭감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교육감은 이 사안이 "최소한의 상식과 양식의 문제"라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 논쟁이 뜨거운 지금 필자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점에서 이번 사건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 교사들의 시국선언을 명백한 정치활동으로 볼 것인가라는 점이다. 우리 법은 교사들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교원노조법상의 정치행위 금지 조항은 교사들에게 정당의 가입이나 선거에서의 개입 등 직접적인 정치 활동의 금지뿐만 아니라 정치적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의 금지까지 매우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교육의 많은 부분은 정치적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정치적 중립성은 교사를 지나치게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헌법은 시민들에게 기본권으로서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은 이번 시국선언이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양심과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사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정치적인 입장이 있을 수 있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라고 본다면 이번 시국선언의 논란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셋째, 교사에 대한 징계 권한의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교사들에 대한 징계 권한은 각 시도교육청의 교육감에게 있다. 교원 징계가 시도교육감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에서 볼 때 시국 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 지침을 하달한 교과부의 행동은 지나친 간섭으로 볼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과도한 간섭은 교육 자치를 훼손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더구나 감사권의 발동이나 교부금을 삭감하겠다는 교과부의 입장은 매우 반교육적인 처사로 반드시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시국선언은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요컨대 현 정부에게 쓴 소리를 한 것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시국선언은 교사들만 한 것도 아니다. 대학교수들을 필두로 문화예술인, 시민사회단체, 대학생에서부터 청소년들까지 우리사회의 각계각층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하였다. 이중에서 유독 정치적 중립성을 강요받고 있는 교사라는 이유로 이들에게 징계를 들이대고 있다. 징계에 앞서 정부와 교육당국은 교사들의 쓴 소리를 귀담아 듣고 시국선언이 필요 없는 나라, 교사가 아이들의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교직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우리사회의 역주행을 우려하고 있다. 일제고사의 부활, 자사고 및 특목고의 확대 등 경쟁 중심의 교육이 강조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아래에서 교사들이 아이들의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것은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천호성(전주교대 사회교육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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