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성(전주교대 사회교육학 교수)
교육계의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2010년부터 교원능력개발평가(이하 교원평가라 칭함)를 전면적으로 실시할 것을 발표하였다. 교원평가는 학부모들의 상당수가 찬성하고 있고, 일선의 교사들도 이제는 전향적으로 수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교원평가에 대한 시행 방침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더라도 필자는 교원평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에 대해 충분한 논의와 함께 보다 명확한 지침과 기준이 마련되어야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첫째, "무엇을 평가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교육당국의 교원평가 시행계획에서도 밝혔듯이 평가 내용과 항목을 구체적으로 보면 교사의 경우 수업지도(수업준비, 수업실행, 평가 및 활용)와 학생지도(개인생활지도, 사회생활지도)를, 교장과 교감의 경우 학교운영(교육과정 운영, 교수학습 지원, 교원인사, 시설 예산)을 평가 영역으로 제시하고 있다. 학교 교육이 민주시민의 자질 함양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원평가의 내용이 종합적일 수밖에 없지만, 무엇보다도 핵심이 되어야 할 것은 '교사에게는 수업이며, 교장과 교감에게는 교수학습 지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학교 교육의 가장 중심적인 활동이 학습지도 활동이기 때문이다.
둘째, "누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현재 평가 주체는 1)동료교원, 2)학생, 3) 학부모이다. 자칫하면 인기투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다른 부분에 관해서도 논란의 여지는 많지만 특히 학습지도와 관련하여 평가의 주체와 평가 방법을 설정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각 교과가 갖는 독창적인 특징과 함께, 학생의 수준이나 학교의 상황, 지역사회의 여건, 그리고 교사의 교육관이나 학생관 등에 따라 학습지도의 내용과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가 주체와 평가 방법에 대한 세부적이고 체계적인 방안의 확립이 절실하다. 두부 자르듯이 천편일률적인 방법보다는 다양한 관점, 다양한 상황이 고려되는 가운데 각 학교 실정에 맞는 다양한 방법이 구안되고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평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일선학교의 교사들은 교원평가가 교사들을 한 줄로 세워 서열화하고, 성과급 및 인사에 반영하는 등 신상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매우 비판적이었다. 자녀교육과 관련하여 우리들은 흔히 "자녀들을 서로 비교하지 말라"고 한다. 이는 자녀들의 능력과 소질이 각각의 상황과 특징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상호 비교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교원평가는 교원들 간의 비교가 강제될 수밖에 없다. 이점은 커다란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교원평가가 지향하는 본래의 목적은 교원 개개인의 능력을 개발하고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신장시키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교원평가는 강제적인 방법보다는 교직사회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정부는 교원평가를 교원의 능력개발에 대한 참고자료로서만 사용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이는 무한경쟁을 강조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입장과 태도로 볼 때 미봉책에 불과할 수도 있다. 만약 강제성을 바탕으로 승진이나 인사와 결부시켜 교원평가가 이루어지게 된다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교사들은 평가를 염두에 두고 학교생활을 하게 될 것이고, 이는 교육자적 양심에 따라 교육을 수행하기 보다는 인기위주의 학교생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력과 자질에 대해 제대로 진단하고, 교원 스스로가 자신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활용될 수 있도록 교원평가에 대한 제도적인 시스템의 확립과 의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천호성(전주교대 사회교육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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