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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편평해진 세상'과 사람 농사 - 신진국

신진국(전자부품연구원 전북본부장)

요즘 세종시 문제로 정가와 신문지상이 뒤숭숭하다. 입장 차이가 확연해 좀처럼 의견이 좁혀질 것 같지 않다. 정치공학적인 이야기는 뒤로 하고 화두인 지역균형발전의 뿌리를 찾아가보자. 많은 학설이 있지만, 요즘 많이 쓰이는 글로컬리제이션과 산업클러스터의 기원을 90년대 초반의 유럽으로 보는 이 들이 있다. 페레스트로이카 이후의 훈풍이 유럽의 국경 역할을 약하게 했고, 국가에 기반을 둔 산업경제 체제보다는 지역에 기반을 둔 새로운 체제가 요구되었다는 주장도 꽤 설득력이 있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에는 국가적 대응보다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지역적 강점을 강화하고 낭비를 줄이는 지역적 대응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마켓을 직접 공략하는 것을 산업경제에서의 글로컬리제이션으로 보는 것이 옳다면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났을까. 이는 한마디로 '세상이 편평(Flat)해졌기' 때문이다. 교통과 통신, 물류의 발달로 인하여 지구촌이 하나의 시장으로 묶이면서 능력 있는 사람이 일자리를 구하는데, 경쟁력 있는 상품이 시장을 파고드는데 인위적인 장벽이 많이 '편평'해졌기 때문이다. 즉 글로컬리제이션, 맥락 적으로 뜻을 같이 하는 지역 균형 발전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라 편평해지고 있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필수 사항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필수사항이 된 지역산업, 지역상품 육성에서 가장 중요한 발전의 척도, 지역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는 쉽고 확실한 척도는 무엇일까? 기업 수, 고용 규모, 매출액 등의 척도가 있을 것이다. 여기서 옛이야기 한편이 떠오른다. 삼국지 유표전에서 조조가 삼국의 필쟁지지(必爭之地)라 불리는 형주를 정벌할 때의 이야기이다. 괴월, 한숭, 부손의 권유로 유종이 조조에게 형주를 바친 후에 조조가 참으로 좋아했다 한다. 작은 영토에 연연해하지 않는 평소의 반응과 달라 순욱이 묻는다. 하북을 다 얻었을 때보다 이렇듯 기뻐하심은 어인 연유냐고. 조조 왈, 형주를 얻은 것보다 괴월을 얻은 것이 더 기쁘다. 필쟁지지보다 인재 한명에 더 기뻐했다는 유명한 일화이다. 기업은 그 생리상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 유리한 조건을 만나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세종시의 원형지를 보고 다들 옮길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기업 수, 고용규모, 매출액이 진정한 척도냐는 의문이 생긴다. 조조도 언제나 빼앗고 빼앗기는 영토보다는 인재를 더 중시했다. 그 지역이 얼마나 발전하고 있느냐, 발전할 것이냐는 얼마나 우수한 인재들이 그 지역에 머물면서 활동하고 있느냐로 보는 것도 설득력이 있을 법하다.

 

지역 기업들과 상담 중 인력난은 단골메뉴다. 미국이 짧은 역사에도 눈부신 발전을 한 이유는 유럽의 성공 기질을 타고난 사람들에게 동경과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미 건국의 주역 알렉산더 해밀턴, 미국산업의 혁명적 선두 주자 앤드류 카네기, 할리우드를 만든 셀즈닉과 마이어 가문, 아메리칸 드림의 메신저 존 윈스롭 이런 인재들의 열정과 도전으로 미국이라는 우수한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에겐 꿈을 꾸는 사람, 자신의 일에 열정적인 사람, 살짝 조급하면서도 분주하고 약간은 충동적이면서도 진지하고 행동에 앞서는 미국 개척자 시대의 그런 사람들이 필요하다. 요즘 젊은이들이 전주라는 지명에서 느끼는 거리감은 대략 삼만 리 정도 되는 듯하여 걱정이다. 젊은 인재들이 머물 수 있는 시스템, 즉 '인재체류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지역 리더들의 역할이라고 본다. 전북은 예로부터 농경과 풍요의 본산이었다. 어떤가? 이제부터 호랑이 같은 사람 농사 한번 제대로 지어봄은. 그렇다 농자천하지대본야이다.

 

/신진국(전자부품연구원 전북본부장)

 

◆ 신진국 소장은

 

1998년 KAIST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국가기술지도 정보처리-정보저장 팀장, 산업자원부 차세대 1호 사업 총괄책임자, 과학기술부 나노기획위원 등의 활동을 하였다. 현재 인쇄전자센터 소장 겸 전자부품연구원의 전북본부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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