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국(전자부품연구원 전북본부장)
요즘 가장 예측하기 힘든 것이 무어냐고 제자들에게 묻는다. 우스개 소리로 애인의 마음과 날씨라고 한다. 다만 그 애인이 미생이기를 바란다. 103년만의 폭설, 맥주병이 터지는 강추위, 잡히지 않는 명태 등 기후 관련된 불안들이 높은 실업률 등의 정치경제적 날씨와 시너지를 이루어 우리를 누른다. 하늘 탓, 미국 탓으로 돌릴 수도 있는 일에 이렇듯 안타까움은 막을 수 있었다는 자책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얼마전 코펜하겐에서 기후협약을 체결했다. 산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여야만 하게 되었다. 이제야 세상이 온통 녹색이 되어야만 하는 듯이 경제의 녹색화와 녹색 기술을 이야기한다. 경제의 녹색화는 기술을 통해서 가능하고 이러한 기술이 새로운 산업을 만들 것이라고 과학자들에게 녹색을 강력히 주문한다. 이번엔 자녀를 가진 중견급 과학자에게 세상에서 가장 예측하기 힘든 것이 무어냐고 묻는다. 우스개 소리로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과 교육 정책이라고 이야기한다. 한참 배고픈 시절에 구박 받아가며 가난하게 태양전지를 연구한 분들이 계셨다. 풀리지 않는 연구비에 다들 떠났고 지금 태양전지 국가별 보유특허를 보면 심히 부끄럽다.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기업에 사죄도 많이 했다. 정책은 과학자에게 신상(신상품)을 좇도록 한다. 요즘 갑자기 바뀐 주변 과학자들의 연구 테마를 보면 반은 LED이고 반은 태양전지이다.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처음 들어섰을 때의 기억이 난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한동안 멍하게 서 있었다. 천정에 매달린 라이트 형제의 날틀 때문이었다. 대륙을 건너올 때 탄 보잉기가 여기서 시작되었다는 주지의 사실 때문만은 아니었다. 항모의 출발이 날틀임을 알고, 그들 뒤에서 그들을 키우고 기다렸을 그리고 함께했을 그 위대한 국민들 때문이었다. 이것이 스미소니언의 추억이다. 전주는 한식의 수도이다. 상 하나를 준비하기까지 많은 재료와 도구가 필요하다. 삽으로 할 일과 가래로 할 일이 따로 있듯이 냄비로 라면을 끓일 수는 있으나, 냄비로 한식을 준비하기는 힘들다. 필요할 때에 라면을 주문하듯이 세상을 바꾸고 이끌 강력한 기술을 주문한다. 한식을 먹으려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하듯, 과학기술은 마법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은 농사와 비슷한 면이 있다. 농기계를 사고 사람을 모으고 작물을 선택하고 씨를 뿌리듯이 체계적인 준비와 노력이 하나로 뭉쳐 결실을 낸다. 그래서 후진국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없는 녹색기술로 새로운 국가의 동력을 만들라 주문하면서 한편으론 첨단보다는 전통기술에 치중하라는 주문은 연목구어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아버지의 것은 아버지에게'라는 성경 구절이 떠오른다. 최소한 연못구어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라면을 주문받기 오래전부터 우리 과학자들은 무공해 농도, 전북에서 스스로 천기를 보며 친환경 농사를 지어왔다. 우주선 음식으로 김치와 수정과를 개발, 음식의 수도 전라북도의 명성을 드높이고, 전주비빔밥을 우주음식으로 만들 정읍 방사선 연구소의 농부 분들. 신소재로 비행기 날개, 풍력발전 블레이드, 자동차 차체를 만들어 탄소로 저탄소 시대를 열고 계신 팔복동 탄소기술원과 봉동 KIST의 농부 분들, 완판본과 한지의 전통을 이어 친환경 저가 조명과 태양전지를 준비하는 팔복동 나노센터 농부 분들, 새로운 동력 방식으로 저공해 차량 시대를 준비하는 군산 JAIIC 농부 분들. 이렇게 그들은 오래전부터 지역의 미래를 바라보며 친환경 영농을 해왔다. 코펜하겐이 두렵다면 이제 연못에서 물고기를 구하라.
/신진국(전자부품연구원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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