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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5기 지방정부, 창조적인 산업정책을 - 황태규

황태규(우석대 교수)

몇 년 전 "두 도시 이야기"라는 제목의 도시를 비교하는 다큐프로가 있었다. 두 도시는 바로 이태리의 '볼로냐'와 한국의 '부산'이었고, 주로 두 도시의 경제를 비교하면서 각각의 시스템을 소개하였고, 프로그램 말미에는 두 도시에 사는 주민을 대상으로 대형할인마트에서 장을 보는 장면이 소개되었다.

 

먼저 부산에 사는 주민의 경우, 수십 가지의 구매한 품목 중에서 단지 한 제품만이 부산지역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것도 그 주민이 근무하는 공장의 주방제품이었다. 그러나 볼로냐의 경우는 달랐다. 대부분의 구매제품이 바로 볼로냐와 볼로냐 인근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특히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부산우유'가 부도 직전이라는 내용의 장면이 소개되었고. 인구가 4백만 가까운 거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그 도시에서 생산한 제품을 구매하는 도시민이 없다는 것은 그 도시의 생존을 위해 아주 큰 위협이라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그 다큐를 보고난 후, 부산 출장 중에 우연히 지역방송에서 부산의 유명했던 서점, 제과점 등 추억의 부산을 소개하는 내용을 봤다. 그런데 부산을 추억할 수 있는 오랜 역사가 있는 가게는 이제 하나도 없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물론 볼로냐의 경우 조합이라는 제도가 지역경제와 주민생활에 그물처럼 얽혀있어서 지역경제의 자생적인 활력을 주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포도생산 농가의 조합이 포도주 생산 공장에 조합출자를 하고, 또 포도주 생산 공장의 조합은 레스토랑의 설립에 자금을 지원해 주면서 지역에서 나는 것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지산지소운동의 확실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대형할인마트의 경우도 이러한 제품의 조합들이 출자하여 만들었고, 각각의 경제영역별로 생산자조합은 물론 소비자조합이 구성되어 있어 지역을 살리는데 있어 아주 정밀한 네트워크체계를 가지고 있다.

 

단지 그 프로그램에서 쉽게 부산이라는 도시와 비교했을 뿐이지 사정은 우리지역이 훨씬 심각할 수 있다.

 

지난주 우리는 5기 지방정부를 이끌어갈 지방정부의 수장을 뽑았다. 대부분의 단체장들이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많은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 놓았다. 하지만 기업유치이외에는 특별한 내용이 많지 않았다. 물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기업유치는 꼭 필요한 전략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타 지역에서 기업을 전북으로 유치하는 것은 대한민국 내에서는 제로섬게임인 것이다. 그리고 기업은 얼마든지 좋은 조건의 지역이 있으면 옮겨갈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 기업유치는 완벽한 지역경제회생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5기 지방정부는 지역경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원론적인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먼저 "우리 지역만의 산업화가능한 자원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기존의 관념적인 내발적 발전론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적인 내발적 발전을 기획, 지역에 기반을 둔 전북만의 새로운 산업, 새로운 시장, 새로운 직업, 새로운 일자리를 창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토피에 집중한 진안의 경우, 아토피산업단지와 같은 지역의 자산과 함께할 수 있는 정밀한 새로운 산업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다음 이러한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끌어갈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주도하고 있는 익산의 경우, 향토식품기업에 대한 지원제도의 하나로 창조적인 맞춤형 지역금융시스템을 구상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황태규(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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