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도(전북대 교수)
지난 7월 1일 민선 5기 지방자치 출범과 함께 도의회를 비롯해 시군의회가 일제히 개원했다. 이번에 출발하는 지방의회는 어느 때보다 젊어졌다. 도의회를 보면 전체 의원 38명 가운데 40대 이하가 21명으로 55.3%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도의회보다 18.3%가 증가한 것이다. 전주시의회도 이와 비슷하다. 이러한 40대로의 세대교체는 지난 6?2 지방선거결과 나타난 전국적인 현상으로 우리 지방정치가 보다 개혁적인 마인드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지방자치가 출범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깨지고 말았다. 아니 적어도 전북지역에서는 그런 기대를 하기가 어려워졌다. 지난 6일 도의회는 교육의원과 한나라당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를 열고 전반기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특별하게 구성된 교육위원회 위원장을 어떻게 선출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았으나, 다수의석을 차지한 민주당 의원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당의원을 선출했다. 교육위원장을 포함 9개 도의회 의회직을 모두 독식해버린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은 실종되었다. 정당공천이 배제된 5명의 교육의원을 포함한 43석중 35석을 차지하는 민주당의 숫적 힘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말이 필요 없었다.
전주시에서는 일반 시민들이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지난 7일 전주시의회에서 열린 제 9대 전반기 의장선출 투표에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을 감표위원이 볼 수 있도록 투표용지를 접지않고 투표함에 넣는 공개투표를 했다. 시의장 선거가 1,2차 투표에서 과반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3차 투표까지 실시되는 동안 이들 의원들은 투표용지를 펴서 투표함에 넣었다. 기가 막힌 일이다. 선거의 가장 기본 원칙인 비밀투표를 지키지도 않았을뿐더러 이것이 "자신의 투표방식"이라고 대답했다니 기가 막힌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공개투표가 처음이 아니라 지역위원장의 지시 등에 따라 예전에도 가끔씩 있어왔다는 것이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무시되고 풀뿌리 민주주의가 뿌리부터 썩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번 사건들은 일부 의원들의 잘못된 행위라고 비판할 수 도 있겠지만 이들은 지난 6?2 지방선거에 민주당이 공천한 정치인들이다. 민주당의 이름을 걸고 향후 4년간 지방정치를 책임질 사람이라고 도민들에게 자신있게 추천한 사람들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민주당은 전북정치를 독점해왔다. "공천은 곧 당선"이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도 공천과정에서 말이 많았지만 도민들은 민주당을 또다시 지지해 주었다. 민주당의 선거승리에 대해 강봉균 도당위원장은 "좋은 사람을 공천한 결과"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우리 지역에서 민선 5기 지방자치의 첫 단추가 잘못 꿰메지고 있다. 정치가 실종되어가고 있다. 전북 도민의 얼굴에 먹칠이 칠해지고 있다. 도민이 완전히 무시 당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전북의 민주당은 꼼짝도 않고 있다. 수많은 비판이 있지만 시간이 흘러가기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현대정치는 정당정치다. 국민과 국가를 연결하는 고리인 정당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정치는 잘못될 수 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나라의 정치를 믿지 못하는 것은 정당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북에서 민주당이 하는 일을 방해하거나 막을 수 있는 정당은 하나도 없다. 왜 민주당은 전북에서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걸까?
/송기도(전북대 교수)
▲송기도 교수는 콜롬비아대사·대통령자문국가균형발전위원·한국지역혁신교육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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