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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세종시 수정안 부결과 국가균형발전정책 - 원도연

원도연(전북발전연구원장)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고 한달 여가 흐르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이 무너지면서 정치적 쟁점은 급격하게 해소되고 논란은 일제히 잦아들었다. 그러나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논쟁의 시작과 끝은 한국 사회가 국가균형발전의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세종시 수정안 문제의 첫 번째 비극은 이 문제가 여야간, 혹은 여권 내부의 정치투쟁으로 비춰졌다는 것이다. 세종시 문제의 본질은 정치적 쟁점이 아니라 국가균형발전의 문제였다. 세종시 수정안은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중대한 전환이었고, 결과적으로 균형발전정책의 후퇴를 의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논쟁은 정치적 힘겨루기라는 측면과 충청지역 주민들의 민심이반과 갈등이라는 두 가지 방향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정확한 논쟁의 축은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 가운데 어떤 안이 더 지역발전과 균형발전을 위해 적합한 것인가가 되어야 했다.

 

세종시 건설이 가져오는 효과는 단순하게 기업중심의 신도시 하나가 만들어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세종시 건설을 통해 이전해오는 정부부처는 반세기동안 굳어진 지방의 관습과 사고를 바꾸는 첫걸음이다.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 지식경제부 등 9개 부처가 세종시에 자리잡으면 '중앙부처' 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가 달라진다. '중앙은 곧 서울' 이라는 일방적 인식이 바뀌는 첫걸음일 수 있다.

 

MB정부에 들어서면서 균형발전정책은 여러차례 고비를 넘기면서 위기를 맞았다. 대대적인 수도권규제완화가 이루어졌고, 그 다음이 세종시 수정안이었다.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논쟁을 통해서 지방은 균형발전정책에 대해 변화된 환경을 이해하고, 그 지점에서부터 진전된 논리와 새로운 고민을 심화시켰어야 했다. 그러나 지난 세종시 논쟁에서 토론의 주체는 서울과 지방이 아니었다. 충청권 일부를 빼고는 모두가 이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컸다.

 

참여정부에 이르러 국가정책으로 형성된 균형발전은 결코 참여정부가 지방에 베푸는 '시혜'가 아니었다. 80년대 중반 이후부터 치열하게 전개된 저발전과 침체에 대한 지방의 각성, 그리고 그로부터 발전된 국가균형발전의 필연성과 논리가 중앙정부의 정책기조를 변화시켰던 것이다. 말하자면 균형발전정책은 지방의 학계와 언론계를 위시한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일구어낸 투쟁과 헌신의 결과였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국가균형발전의 주체가 다시 중앙정부로 넘어갔다. 정부가 지방의 운명을 결정하기 시작했고, 지방정부는 늘 피동적인 객체에 불과했다. 지방의 시민사회는 투쟁의 동력을 잃어버렸고 중앙정부의 결정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지방은 더욱 더 무너지고 있다. 어제와 그제가 다르고, 일년전이 다르게 지방은 더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전북뿐만 아니라 모든 지방이 심각한 불안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지만,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시대를 탓하고 중앙정부의 정책을 원망하기 전에 지방에 사는 우리들 모두가 가슴에 손을 얹어보아야 한다. 90년대 중반 이후 불같이 일어났던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의지와 신념이 지금도 내게 그대로 있는가.

 

세종시 수정안의 부결은 지방에 또 한번의 기회를 주고 있다. 지방 스스로가 지역의 중요성과 발전의 가능성에 대해 믿음과 신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더 적극적으로 중앙정부와 국민들을 설득해내야 한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는 권력은 영원하지 않지만 국토는 영원하고 국가균형발전은 필연이기 때문이다.

 

/원도연(전북발전연구원장)

 

▲원도연 원장은 전주시 시정발전연구원, 국가균형발전위 지역개발전문위원을 거쳐 제4대 전북발전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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