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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영의 아름다운 우리말] 한입털이

◆ 자, 다 같이 한입털이!

 

'한입털이'는 '원샷'을 다듬은 우리말이다. '원샷(one shot)'은 술자리에서 가득 채운 술잔을 한번에 남김없이 다 마시는 일을 가리켜 이르는 외래어이다. '원샷'을 대신할 우리말 후보로는 '잔털이', '한숨잔', '단모금', '단숨켜기', '한입털이' 등이 거론되었으나 '한입털이'가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이에 국립국어원에서는 '원샷'이 술잔에 남아 있는 술을 한 번 입을 벌려 남김없이 다 마셔 버리는 일이므로 '한입털이'로 바꿔 써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 소주 한 잔 한입털이하고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 식초 원액을 한입털이로 들이키는 미녀가 등장했다.

 

◆ 개강 모임과 한입털이

 

개강 모임에 술이 빠지기는 힘들다. 최근에는 건전한 대학문화를 꿈꾸는 학생들이 술 없는 개강 모임을 권하고 있다. 그런데 술이 빠진 개강 모임은 맨송맨송하고 서먹서먹하여 분위기가 어색해진다. 건강을 생각하는 학생들은 개강 모임 직전에 다 같이 운동하며 단합할 수 있는 체육활동을 한 후 뒤풀이와 겸하여 개강 모임을 하기도 한다.

 

△ 맥주 500ml는 한입털이가 가능한데 물 500ml는 마시기 힘들다.

 

△ 한국 사람들은 폭음과 한입털이 문화를 즐긴다.

 

대학가 술자리에서는 단지 술만 마시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술자리는 뭐니뭐니 해도 즐거워야 한다. 그래서 술자리에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놀이가 행해진다. 놀이에는 손가락만을 사용하는 원초적 놀이로부터 휴대폰을 사용하는 최신 놀이에 이르기까지 그 경우의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영화 <타이타닉> 의 감동을 술자리에서 맛보는 놀이도 있다. 이 놀이는 '먹고 죽자'의 결정판이다. 먼저 500cc 맥주컵에 찰랑찰랑 맥주가 파도칠 때 그 위에 빈 소주잔을 띄운다. 이 소주잔은 곧 타이타닉의 다른 이름이 된다. 모임의 운명은 이 소주잔에 달려있다. 돌아가면서 그 소주잔에 조금씩 소주를 붓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소주잔이 맥주컵 바닥으로 가라앉으면 바로 그 사람이 폭탄주의 영예를 안게 되고 주저 없이 한입털이를 감행해야 된다.

 

영화배우 이영애 씨는 한입털이도 우아하다.

 

어린 시절에는 주방세제를 주스인 줄 알고 한입털이를 했다.

 

/ 장미영(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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