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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完州에서 完酒로

황태규(우석대 교수)

완주군 구이면에는 최근에 문을 연 <술박물관> 이 있다. 요즘처럼 전통주가 각광을 받기 이전부터 충주 <리쿼리움> 이나 고양 <배다리> , 안동 <소주박물관> 등 10년 이상 준비해서 술박물관을 연 곳도 있고, 가깝게는 전주 한옥마을에 <전통주박물관> 도 있다. 그래서 새삼스러울 것 없다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지만 완주의 <대한민국 술박물관> 이라는 거대한 이름이 호기심을 갖게 한다. 이곳은 이름에 걸맞게 대한민국을 대표할만한 자료(5만 5천여 점)를 가지고 있는 공간으로, 농진청 등 공공기관에서 술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안성에 있던 개인 술박물관(대표 박영국)이 이곳으로 이전한 것이 시작이나, 완주군은 주류테마파크를 만들어 모악산 자락에 있는 전북도립미술관과 연계해 문화관광코스로 개발할 구상을 하고 있다.

 

술은 사람들의 주식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에 우리나라 최고의 곡창지대인 전북은 길고도 깊은 술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재료 생산지로서의 가치뿐 아니라 농경문화의 중심지가 누리는 풍요로움이 소비를 촉진시키고, 여유로움이 여러 문화를 생성시키는 역할을 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전북은 술에 관한한 독특한 문화를 유지하기도 하고 또 새롭게 만들어 가기도 한다.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막걸리 전문점의 거리, 술로 지친 속을 달래는 대규모의 해장국문화는 물론 맥주에 관해서는 아주 색다른 공간인 <가맥> 이라는 재미있는 소비 공간을 만들어낸 유일한 지역이다. 이처럼 술의 과거와 현재가 잘 어우러져 있는 전북이기에 완주군이 구상하고 있는 이 사업에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곡창지대라는 환경요인이 뿌리였다면 우리에겐 그에 준하는 튼실한 가지도 있었다. 기억하겠지만 30여 년 전 가장 애용되었던 명절 선물로 군산의 술, 정종 <백화수복> 과 익산의 <보배소주> 가 그것이다. 대부분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하나지만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술을 두 개나 가지고 있었던 고장, 바로 우리가 아닌가? 이런 저런 사연으로 두 회사가 대기업에 인수된 이후, 국내 술시장에서 전북의 이름은 사라져갔지만 이제 다시 전북이 해야 할 몫이 생겼다.

 

술은 단순히 산업 상품 이외에 문화와 예술영역에 있어서도 많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관혼상제와 종교의식에 쓰인 술, 희로애락을 나누던 생활 속의 술, 선인들이 남긴 예술 소재로서의 역할도 대단하다. 중국의 대표시인 이태백은 술에 관한 많은 시를 남겼고, 천상병시인과 같은 문인에게는 생활이었다. 이렇듯 술은 많은 이야기를 낳았고 앞으로도 소중한 문화콘텐츠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래서 완주군에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요청한다. 단순한 주류테마파크건설이 목표가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생활 속에 술이 있어야 한다. 술을 빚을 수 있는 재주가 있어야 하며, 술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정신 또한 공존해야 한다. 그 바탕 위에 술과 관련된 문화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즉 술의 재료를 생산하는 밀밭에서부터 출발하여 술공장의 집적체인 '주류산업클러스터', 그리고 술과 관련된 축제는 물론 마지막으로 술의 남용과 오용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치유하는 알콜치료센터까지를 포괄하는 대규모의 전략을 세워보기를 권고한다.

 

건강한 나무에 새 잎이 돋고 꽃이 핀다. 물도 있고 해도 있어야 한다. 열매를 따기 위해서는 기다리기도 해야 한다. 이제 완주에는 술의 명맥을 유지하려는 최소한의 에너지가 아니라 국내 주류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할 투지와 지원제도가 필요하다. 지금은 이미지나 의미만으로 만족할 때가 아니다. 적극적인 산업정책(주류산업진흥5개년계획 등)이라야 전북이 그동안 추구해온 맛의 고장을 완성하는 데 가까이 갈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완주는 이러한 전략의 중심도시로서 완벽한 술의 땅 완주(完酒)가 되리라.

 

/ 황태규(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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