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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영의 아름다운 우리말] 노블레스 오블리주 보다 '지도층 의무'

장미영(전주대 교수)

'지도층 의무'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대신하는 우리말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일컫는 프랑스어다. '귀족의 의무'라고 번역될 수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보통 부와 권력, 명성이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지도층에게 국민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는 뜻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지도층 의무'로 의미화하고 있다. 특히 국회의 인사 청문회는 지도층 의무의 실천 여부를 평가하는 사회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 대한민국의 품격, 지도층 의무의 실천에 달렸다.

 

● 전쟁터로 앞장서 나아가던 기사도 정신이 바로 지도층 의무이다.

 

◆ 로마 귀족의'지도층 의무'

 

'사회 지도층으로 정당하게 대접받기 위해서는 명예만큼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이는 지도층 의무에 대한 잠언과 같은 말이다. 과거 로마 제국의 귀족들은 '고귀하게 태어난 사람은 고귀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뜻의 지도층 의무가 불문율이었다. 로마 귀족들은 자신들과 노예의 다른 점이 신분의 차이가 아니라 사회적 의무를 실천할 수 있느냐의 여부라고 생각할 만큼 지도층 의무의 실천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초기 로마 공화정의 귀족들은 솔선하여 전쟁에 참여하였다. 당시 로마의 최고 지위는 집정관이었다. 집정관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고위공직자로, 귀족계급을 대표했고 로마의 관리 중에서 가장 높은 관직이었다. 그런데 병역의무를 실천하지 않은 사람은 집정관을 비롯한 고위공직자가 될 수 없었다. 이렇듯 로마에서는 지도층 의무의 실천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제2차 포에니 전쟁 중에 13명의 로마 집정관이 전사한 것은 지도층 의무의 실천 때문이었다. 고대 로마의 지도층 의무 전통은 현재 미국인들에게 전승되었다.

 

◆ 사회통합을 위한 '지도층 의무'

 

미국에서는 고대 로마의 지도층 의무를 본떠 법률 명칭이나 공공시설 명칭 등에 사회 지도층 인사의 이름을 붙여 혜택을 부여한다. 법령 제안자의 이름을 붙인 '매케인-파인골드법(McCain-Feingold Act)',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가 세운 '카네기멜론 대학교', 은행가 존스 홉킨스가 세운 '존스 홉킨스 대학교' 식으로, 미국은 지도층 의무의 실천을 사회 지도층 내부의 유행으로 만들었다.

 

'정훈'이란 군인 정신 교육에서 강조하는 한국판 지도층 의무이다.

 

경주 최부잣집은 지도층 의무를 가훈으로 삼았다.

 

/ 장미영(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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