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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의원님, 제발 말 좀 하세요

송기도(전북대교수)

이명박 정부 최장수 장관이었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딸의 특별채용논란으로 인해 9.4일 장관직을 사퇴했다. 지난달 31일 실시한 5급 사무관 특별 채용에서 유 장관의 딸이 다른 후보자를 제치고 '나홀로 합격'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유 장관은 "장관의 딸이면 더 공정하게 심사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하는 등 '공정한 심사'를 강조했지만, 현대판 '음서제도' 논란을 일으키며 결국 낙마하고 말았다.

 

이는 김태호 총리후보자, 신재민, 이재훈 장관후보자가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재산신고누락 등으로 국회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한 것에 더해 현 정부의 도덕성에 심한 타격을 주었다. 국민들은 T.V.나 신문지상을 통해 국민을 대신한 국회의원들이 총리와 장관후보자들에 대해서 인사청문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함과 시원함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우리 전라북도는 어떤가? 측근인사, 보은인사가 판치고 있다는 소문이다. 전북발전연구원장, 중소기업 종합지원센터 본부장, 경제살리기 운동본부 사무총장 등이 공개채용이 아닌 '특별임용' 방식으로 임명됐다. 이들은 모두 6.2 지방선거 당시 김완주도지사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이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김지사는 특별채용의 형식을 빌려 이들을 주요요직에 신속하게 배치했다. 정무부지사 임명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있었으며, 또 공모절차가 진행 중인 공보과장 역시 몇 개월 전부터 내정되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김완주 지사는 "전북도는 규정과 절차상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고, 기자 간담회에서 이들이 "능력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떤 능력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문제는 당사자의 능력여부나 절차적 적법성이 아니다. 지난 민선 4기때 김완주지사 자신이 그렇게 강조했던 전문성과 투명성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지난 8대 도의회는 집행부에 대한 감시ㆍ견제 기능은 뒷전이고 도지사 입맛에 맞는 일만하는 의회란 비판이 많았다. 이를 의식한 김호서 신임 도의회 의장은 지난 8대 도의회를 '무긴장과 무기력증' 의회였다고 비판하고, 9대 도의회는 '강한 의회, 힘있는 의회, 의회다운 의회'가 될 것임을 천명했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지난 9.1일 제 273회 도의회 첫 정례회의가 열렸다. 40대 젊은 층이 주축이며, '강한 도의회'를 표방한 의장단이 첫 회의를 하고 나섰으니 과거 어느 때보다 회의장에 쏠린 관심이 컸다. 특히 김완주지사의 인사 행정에 대해 도의회가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에 대해 도민은 궁금했다. 일부 의원은 도청 인사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인쇄물을 사전 배포했었다. 그러나 막상 회의가 시작되자 도민을 대표한 도의원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자진사퇴한 데 대해 경남도민일보는 30일자 1면 하단에 김주완 편집국장 명의로 <권력 감시역할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라는 '반성문'을 실었다. 이 반성문에서 "뼈저리게 반성합니다"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지방권력에 대한 용맹스런 감시견으로 거듭 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주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기능이다. 만일 의회가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그 의회는 있으나마나다. 아니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 '의회'(Parliament)는 단어 뜻 그대로 '말하는 곳'이다. 의원들이여 도민을 대신해 제발 '말'을 하라.

 

/ 송기도(전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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