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꿈도 찾고 긍정의 힘도 배웠죠"
"지난 7년간 방 빼고, 적금을 깨서 여행을 다니면서 뭘 배웠냐고 물으면, 한 마디로 대답해요. '긍정의 힘'을 배웠다고…."
2003년 1월 직장(주한 터키대사관)을 그만두고 시작한 그의 세계 일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행을 떠나기 전 주위 사람들은 '많은 재산을 물려줄 부모가 계시냐?', '돌아왔을 때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는 전문적인 능력이 있냐?' 등 모두 부정적인 물음뿐이었다.
"미래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어. 미래를 위해 적금을 붓고, 투자하는 사람조차 미래가 두려울 거고, 돈을 탈탈 털어서 여행을 가는 나도 미래가 두려워. 지금부터는 인생의 전반전인 40살의 남은 인생은 나를 가장 가슴 뛰게 하고, 나답게 할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볼래.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새로운 길이 보이지 않을까?"
그는 이렇게 대답하고 33살에 여행을 떠났고, 결국 "그 길을 통해 '삶의 길'도 찾고, 꿈을 함께 할 좋은 사람들도 만났다."
사단법인 마실길(이사장 김광오·동아일보 기자)이 지난 1일 전북도청에서 주최한 세미나.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의 저자이자 도보 여행가인 김남희 씨(40)가 '지구를 두 발로 걷는다'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오전 7시 30분 크로아티아에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여독도 풀지 못한 채 전주로 내려 온 그는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여행이란 장소의 이동이 아니라 자기가 쌓은 생각의 성을 벗어나는 것'이라는 정의를 제일 좋아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국 사회에서는 오지 않는 미래를 위해 현재 삶을 저당 잡히고 사는 것 같아요. 대학에선 취직을 위해, 직장에서는 결혼을 위해, 결혼하면 아이를 위해…. 이러면서 한 번뿐인 삶을 돌아보거나 쉴 틈도 없이 끝없이 계단을 오르다가 인생을 끝내기가 쉽죠."
그는 "여행을 하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즐겨야 하고, 옆에 있는 사람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여행의 좋은 점은 그동안 몰랐던 장하고, 기특한 자신을 만나고, '타인의 친절'에 의지하면서 타인을 (나의 삶만큼 중요한) 이웃으로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여행'이란 느리고, 자기만의 주제와 스타일이 있으며, 여행하는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지키는 '책임 여행'(responsible tourism)이다. 우리는 여행 중에도 유명하고, 맛있다는 곳엔 반드시 가야 한다는 강박 관념 때문에 급박한 스케줄을 짜는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증후군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
그는 "어디로 가느냐보다 어떻게 가는 것이 더 중요하고, 남들이 하는 획일적인 여행 스타일·가는 곳·찍는 사진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하는 여행이 몇 십 년 뒤 손자들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것"이라며 "여행이 잠깐의 쉼표가 되고, 내 삶을 긍정적 에너지로 채워 준다면, (목적지가) 우리 동넷길이나 뒷산이어도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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