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0 15:41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전북칼럼
일반기사

[전북칼럼] 노블레스 오블리주

송기도 (전북대 교수)

김완주지사는 26일 전북을 방문한 김황식총리에게 "정부가 애초 방침대로 LH공사를 분산배치하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했다. "원래 토지공사를 주기로 한 만큼 토공과 주공이 통합된 LH 분산배치를 통해 전북 몫을 달라"면서 "분산배치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200만 도민은 서울 한복판에서 머리띠를 두르고 나설 수밖에 없는 만큼 총리께서 도와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정부의 LH(한국토지주택공사)본사 이전지 결정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라북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요즘 거리에 나서면 가장 눈에 쉽게 들어오는 것이 LH본사를 지켜내자는 현수막이다. 시내는 말할 것도 없이 산골짜기까지 현수막이 내걸렸다. 심하다. 전라북도를 방문하는 김황식총리에게 전북도민의 열망과 결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데 너무 심하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박정희, 전두환 독재시절에나 하던 방식으로 전북도민의 의사를 표출한단 말인가. 그리고 이런 식의 도민 의사 표출이라면 인구 350만의 경남과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강한자와 약한자가 힘으로 싸우면 누가 이길까? 불보듯 뻔한 일 아닌가. 200만 전북은 10명의 국회의원이 있지만, 350만 경남은 17명의 국회의원이 있다. 약자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명분을 가지고 법적으로 투쟁하는 것이다. 목청을 높이고 떼거리로 몰려갈수록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누가 결정하는가? 총리가 결정하는가? 아니다 청와대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영부인의 고향이 진주라는 것도,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두관 지사가 당선되고 정부의 4대강사업에 반대하고 있어 정부의 심기가 불편한 것도 다 안다.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 전북을 살려야한다. 김세웅 무주군수는 '2010년 평창, 2014년 무주' 동계 올림픽 국내 유치지 단일화 합의 약속이행 문서를 들고 강원도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무주에서 평창까지 도보행진을 했다. 그로 인해 병원에 입원까지 했지만 무주의 자존심을 살렸다. 이완구 충남지사는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위기에 처하자 충남뿐 아니라 다른 시도를 돌면서 당위성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으며, 도지사직을 사퇴하면서까지 행복도시를 지켜냈다.

 

백년전쟁 당시 프랑스의 도시 '칼레'는 영국군에게 포위당했다. 강력히 저항하던 칼레시는 에드워드 3세에게 자비를 구하는 항복 사절단을 파견했다. 그러나 "모든 시민의 생명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누군가가 그동안의 반항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며 "이 도시의 대표 6명이 처형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칼레시민들은 혼란에 빠졌고 모두가 머뭇거리는 상황에서 칼레시에서 가장 부자인 외스타슈 드 생 피에르가 처형을 자청하였고 이어서 칼레 시장, 법률가 등 귀족들도 처형에 동참했다. 그들은 다음날 처형을 받기 위해 교수대에 모였다. 그러나 임신한 왕비의 간청을 들은 에드워드 3세는 죽음을 자처했던 여섯 명의 희생정신에 감복해 이들을 살려주었다. 이 이야기가 역사가에 의해 기록되고 높은 신분에 따른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 된다.

 

김완주지사는 더 이상 전북에 머물지말고 LH공사 유치를 위해 청와대로 떠나시기 바란다. 이순신 장군의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청와대를 향해 결연한 의지를 보이시기 바란다. 김완주 도지사는 19일 성명서를 통해 "도민과 함께 LH본사를 껴안고 죽을지언정 내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진주와 전주가 LH공사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임진왜란시 진주 남강에 왜장을 껴안고 빠져죽은 논개의 결기가 느껴진다.

 

/ 송기도 (전북대 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