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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선물

이재인 (전주 굿모닝어린이집 대표)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기록적인 맹추위가 물러간 덕분에 이번 설은 포근한 느낌마저 들었다. 설날이 되면 어릴 적 어머니께서 사주셨던 검정 운동화가 떠오른다. 요즈음의 실내화와 비슷하다.

 

그날 밤 신발을 신은 채로 온 방을 걸어다니는 것도 모자라 머리맡에 두고도 잠 못 이루며 빨리 학교로 달려가고 싶던 설렘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여덟 남매 중 일곱째인 나에게까지 필요한 물건을 챙겨주시던 모성애를 이제야 알겠다. 추운 겨울날 장터길까지 날품을 팔며 다녀오신 어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았다.

 

가게에서 팔던 제품의 종류가 두세 가지 밖에 없던 시절이라 디자인이나 색상, 소재, 기능성 등을 주문할 생각은 고사하고 어머니의 구입 목록에 나를 위한 품목이 끼어있기만을 소원했다. 그 날 받던 생필품은 새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뻤다. 형님들로부터 물려받은 옷들이 미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 나도 부모의 입장에 서있다. 그러나 나의 부모님과 다르게 선물을 골라서 사다줄 필요가 없어졌다. 현금이나 상품권이 주고받는 양쪽 모두에게 빠르고 편리한(?) 시대가 되었으니까. 아이들은 그것으로 인터넷 쇼핑몰이나 전문점에서 다양한 제품들을 자신의 입맛에 맞추어 구매 하지만 나의 마음 한 구석에 사뭇 씁쓸함이 고인다.

 

새해에 전할 선물이 지폐가 아니라 마음을 담은 정성과 더딤의 선물로 바뀔 때 비로소 복(福)의 기운이 후손들에게 듬뿍 전해질 것만 같다.

 

/ 이재인 (전주 굿모닝어린이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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