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새벽메아리] 학생이름

이상훈 (전주고 교사)

우수(雨水)가 지났다. 그렇게 추웠던 겨울도 지난 듯 그동안 얼어붙었던 것들이 녹아내린다. 노오랑 개나리와 연분홍의 참꽃, 하얀 목련도 필 날이 멀지 않았다. 선생님들은 새로운 학생을 만날 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이름대로 살아간다는 말이 있다. 이름을 신중하게 잘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말도 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사람은 이름 석 자를 남기기 위하여 살아간다는 말일 것이다.

 

자식이 태어나면 부모나 할아버지가 이름을 지어준다. 아니면 작명가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평생 불릴 이름이니 얼마나 고심하며 지었겠는가. 하지만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고 막상 작명한 이름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고, 호적에 올릴 때 착오가 생길 때도 있다.

 

요사이는 자식 이름을 지을 때 한글 이름으로 많이 짓는다. 부르기도 좋고 예쁘다. 필자도 그렇게 지었다. 큰딸은 푸름이 둘째 딸은 푸른들이라 지었다. 셋째는 아들인데 한자로 산하(山河)라 지었다. 그런데 둘째딸 이름은 커갈수록 뭔지 모를 아쉬움과 어색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친구들이 '푸들'이라 부른다고 하는데, 아직 이름을 새롭게 지어달라고는 하지 않는다. 필자는 지금도 한자로 항렬대로 짓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혹 아이가 성장하여 이름이 맞지 않으면 새로 이름을 지어줄 생각이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교직생활을 하면서 이름에 얽힌 한두 가지 일화는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한 학생의 이름은 '이나'였다. 성은 '이'가고 이름이 '나'였다. 무척이나 특이하여 언니나 오빠 이름을 물어보았다. 오빠는 없고 언니 둘이 있는데, 큰언니 이름은 '겨자씨'였다. 성경에서 "또 비유를 베풀어 가라사대 천국은 마치 사람이 자기 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으니 이는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자란 후에는 나물보다 커서 나무가 되매 공중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이느니라" 말하는 그 겨자씨를 의미했다. 작은 언니는 '딸기'였다. 지금 이분들이 결혼하여 살고 있으니 30~40여 년 전에 지어진 이름으로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이름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이름이라서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이름 때문에 고생한 학생들도 있다. '일성'이라는 이름은 북쪽 김주석 이름이라서 놀림감이 되어 일찍이 개명했고, '완용'이나 '원균' 등 이름도 마찬가지다. 학생 이미지와 이름이 맞지 않아 고생한 아이들도 있었다. 초롱, 샛별, 큰별, 소망 등의 이름을 가진 아이들이 학생생활이 이름과 걸맞지 않아 놀림감이 되기도 하여 개명한 경우도 있다.

 

여기까지 왔는데, 실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수업을 할 때 번호 보다는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좋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학생들을 새롭게 만나고 몇 달이 지나고도 이름을 알지 못하여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못할 때, 교사 스스로 화끈함을 느낄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실천이 중요하다. 교사의 조그마한 관심이 학생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즐거운 수업을 할 수 있다. 학생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면서 말이다.

 

곧 새 학기가 시작된다. 학생 이름부터 알고 보다 관심을 보여주는 선생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상훈 (전주고 교사)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안성덕 시인의 ‘풍경’] 모래톱이 자라는 달

전북현대[CHAMP10N DAY] ④미리보는 전북현대 클럽 뮤지엄

사건·사고경찰, ‘전 주지 횡령 의혹’ 금산사 압수수색

정치일반‘이춘석 빈 자리’ 민주당 익산갑 위원장 누가 될까

경제일반"전북 농수축산물 다 모였다"… 도농 상생 한마당 '신토불이 대잔치' 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