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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국립대학의 법인화 재검토 되어야

김춘진 (국회의원)

 

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하는 서울대생들의 총장실 점거가 10여일 넘게 진행되고 있다. 필자 또한 지난주에 야당 의원과 서울대에 방문하여 학생과 총장을 면담하였으나,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해 12월 8일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날치기를 막지 못한 부분에 대해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지난 4월 교육과학기술부가 공고한 '2011학년도 국립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에 따르면, 동일지역 내의 국립대를 통폐합하거나 연합대학 형태를 만든 뒤 해당 대학을 법인화 하겠다는 계획으로, 현재 법인화 문제는 비단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에서는 법인화를 통해 정부조직으로서의 경직성을 탈피하고, 대학 운영의 자율성·효율성을 제고하여 세계적 수준의 대학들과의 경쟁기반을 조성하겠다고 하나, 과연 대학의 경쟁력 강화가 많은 갈등을 유발하며 법인화를 하여야만 이루어지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대학에 지원되는 정부지원 비율을 보면 OECD 평균 GDP대비 1.2%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0.6%에 불과하다. 국·공립대학의 법인화 추진은 교육재정 확대가 아니라 공교육에 대한 정부의 투자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겠다는 의도가 내재되어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국립대학의 법인화는 법인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이 있다. 법인화 초기에는 국고 지원이 줄지 않겠지만, 법인화의 취지를 감안할 때 대학이 자체적으로 수익사업을 창출하지 않는 이상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세계 최고수준의 높은 등록금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또 다른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인문학 등 기초학문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줄어들 것이다. 법인화는 대학재정 확충을 위한 대학 간의 돈벌이 경쟁을 유발시켜 대학운영의 기업화를 촉진할 우려가 크다. 당장 돈이 되지 않는 기초학문은 고사되고, 실용학문 위주로 학제가 개편될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는 대학간의 격차나 서열화를 심화 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법인화 취지에 맞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대학의 경우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못한 대학 즉 지방 국립대학의 경우 존폐 위기까지 몰릴수 있다. 교육과 연구를 담당해야 할 고등교육기관이 기업처럼 수익창출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면 이는 말이 되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 2001년 대학 구조개혁안 '토야마 플랜'에서 시작하여, 2004년 국립대학을 전면적으로 법인화 하였다. 7년이 지난 지금 86개 법인화 대학 중에서 경쟁력을 갖춘 대학은 15개 정도이며, 법인화 이후 상위 30개 정도의 대학을 제외하고는 생존이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국고지원금이 2004년에서 2009년 사이에 6% 감소하였고, 예산규모는 늘어났지만 재정상황은 악화되었으며, 학술논문 수는 감소하였다. 특히 타임즈 평가에 따르면 법인화 전후 동경대의 경우 2004년 12위에서 2010년 26위로 경쟁력 순위가 떨어졌고, 교토대의 경우 29위에서 57위로, 오사카대는 69위에서 130위로 각각 하락하였다. 이와같은 사례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립대학을 법인화 하는 것은 단순히 법적지위가 국가기관에서 법인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과 의무마저 법적으로 내려놓는 것이며, 저렴한 양질의 고등교육 제공과 기초학문의 육성이라는 국립대학의 임무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립대학의 본질과 존립이유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통과된 서울대 법인화 법은 재검토 되어야 하며, 국립대 법인화 문제는 국가의 100년 대계를 좌우할 중차대한 문제인 만큼 4대강사업 처럼 밀어붙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 김춘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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