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우석대학교 총장)
우리는 해방 이후 지난 60여년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이제는 1인당 소득 2만달러의 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물론 우리 스스로도 선진국이라는 말에는 좀 쑥스런 감이 없지 않다. 왜 그럴까?
소득이 아무리 높아도 자신있게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가 몇 가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풀어야 우리는 세계 1등 국민으로 발돋움 할 수 있다.
첫째 우리의 부패수준이 아직도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하는 반부패지수가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5.4로서 세계 180여개 국 중 40위 전후에 머물러 있다. 우리의 소득수준에 비추어보면 적어도 25~26위는 되어야 적정하다. 이러한 수준은 10년전에 비하여 그다지 개선되지 못한 상태이다. 특히 요즈음 몇 년새 스폰서 검사, 부산저축은행 사건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감독관청인 감사원, 검찰청, 금감원 등 고위공직자들의 부패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어 개선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사고방식에서 후진적인 이분법 사고가 온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내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념적으로 그렇고 정책적으로 보아도 그러하다. 보수니 진보니 나눈 것이라든가 좌파니 우파니 하는 것이 모두 그러한 흑백논리를 적용하는 경우이다. 실제로 흑과 백 사이에는 빨강, 노랑, 파랑, 초록, 회색, 베이지색 등 다양한 아름다운 색들이 있다. 그러나 흑백논리는 이들을 모두 회색분자라 하여 배척의 대상으로 삼는다. 선진국은 이런 다양한 생각들이 포용되는 폭 넓은 사회이다. 다양성이 존중될 때 비로소 각자의 개성과 능력이 발휘되고 창의력이 살아나는 활력이 넘치는 사회가 된다. 인간사회에도 사람마다 다양한 아름다운 생각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들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수렵채취의 원시시대로 거꾸로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가치서열의 혼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가난극복을 위해 개발연대에 풍미하였던 성장지상주의가 아직도 지도층과 일반 국민사이에 부동의 최고 가치로 자리잡고 있다. 모든 가치의 중심이 경제의 고도성장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것이 매우 중요한 것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그보다 더 중요한 생명, 자유, 신뢰라는 가치가 무너지거나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허다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면 도시 재개발을 위해 여러 명의 생명을 앗아간 용산참사나 성장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양극화 문제로 급속히 증식되고 있는 불신풍조 등이 그것이다.
인간생명을 경시하고 불신이 증가한다는 것 이외에 성장지상주의의 다른 병폐 중 하나는 모든 면에서 경쟁을 강조하고 서열을 메기다 보니 다양성을 파괴하여 창의력을 말살시킨다는 점이다. 대학입시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 어디를 가나 서열 매기기가 횡행한다. 그 때문에 사교육 현장에서 보듯이 서열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 전쟁을 방불케 한다. 이를 극복하여야 한다. 즉 성장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생명경외와 인간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인간중심주의로 바뀌어야 한다. 경제위에 인간이 있고 경쟁위에 인간이 있다는 명제를 되새길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경제성장이라는 것도 결국은 고귀한 인간생명의 존속과 번영을 위한 것이고 개개인의 자유 확대에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우리가 이웃과 함께 사는 사회이기 때문에 상호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고 그곳에서 즐거움과 행복이 증가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소득수준에 걸맞게 한 단계 도약하려면 무엇보다도 반부패, 이분법 사고의 극복, 인간중심주의로 전환 등 이상의 세 가지 문제를 시급히 풀어야 한다. 그것은 인류가 지향하는 공통의 기본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강철규 우석대 총장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와 규제개혁위원회 공동위원장, 부패방지위원회 위원장,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 강철규 (우석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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