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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경제는 잘했다는데…

강철규 (우석대 총장)

 

홍준표 한나라당 신임대표가 방송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임기 4년차인 이명박 대통령에 대하여 "경제와 외교는 잘했는데 정치와 인사는 잘 못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였다. 평가는 자유이지만 여당의 대표가 한 말이기 때문에 가볍게 넘길 수가 없다. 그중에서도 경제는 잘 했다는 말에 동의할 수가 없다.

 

이 대통령은 747 공약을 걸고 경제대통령으로 출마하여 당선된 경우이다. 홍대표가 경제는 잘했다고 한마디로 공언했을 때 이는 MB가 경제대통령으로 성공하였다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 홍대표의 이러한 평가는 아마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부터 빠르게 회복한 것을 염두에 둔 것 같다. 지난 3년간 경제성장률은 평균 2.9%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6.2%의 성장률을 나타낸 것이 2008년 금융위기를 빨리 극복한 결과라고 해석한 듯하다. 그러나 경제는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발이었고 다행히 지난 정부까지 10여년간 적극적인 재벌정책의 덕으로 기업들의 재무상태가 매우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외국에 비해 회복이 빨랐다고 볼 수도 있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평가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경제를 잘했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몇 가지를 들어보자.

 

첫째 서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물가가 폭등한 것이다. 전국적으로 물가는 지난 3년간 평균 3.5% 상승하여 지난 정부 5년 간 평균 2.9%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올해에는 당초 3%에서 4%로 목표를 높여 잡고 있다. 지난 6월 물가만 놓고 볼 때 4.4% 상승으로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높은 물가를 나타냈다. 그리고 서민 생활물가를 보면 그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인플레는 월급을 깎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삶의 질을 끌어내리는 경제평가의 중요지표가 된다.

 

둘째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상위 소득계층 20%를 하위 소득계층 20%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이 7.7배로서 이는 5년전 6.6배에 비하여 크게 늘어났다. 특히 지난 3년간 이러한 격차는 현격하게 늘어났다. 가계소득뿐 아니라 수출기업과 내수기업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중앙과 지역간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는 사회불안 요인으로써 화합과 통합을 어렵게 하고 신뢰라는 사회가치를 무너뜨린다.

 

셋째 가계부채, 재정적자, 금융부채 등 3대 부채가 위험수준을 넘었거나 위험수준에 가까워지고 있어 차기 정부에 큰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가계부채는 1000조에 육박하였고 재정적자는 400조원대로 정부예산의 34%를 넘어서고 있으며 그 증가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문제이다. 그리스·아일랜드·이탈리아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재정적자 위기에서 보듯이 시스템 위기로 폭발할 수 있는 매우 위험스러운 요인이 잉태되고 있는 것이다. 저축은행 부실 사건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금융부실 채권도 크게 늘어나 이 역시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듯하다.

 

물가상승과 양극화와 3대 부채를 놓고 볼 때 경제를 잘 했다는 말이 무색하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정부의 정책실패가 중요 원인이다. 물가상승과 수출-내수간 양극화 확대의 중요한 원인은 고환율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원화환율을 높게 유지함으로써 수출은 촉진되었으나 수입원자재를 비롯한 수입물가 상승으로 국내물가가 폭등한 것이다. 재정적자는 전투하듯이 밀어붙인 4대강 사업 등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수자원공사와 LH공사 등 정부투자기관의 적자까지 포함하면 재정적자는 더욱 위험한 수준으로 올라간다.

 

특히 공정경쟁 및 산업정책면에서 보면 재벌의 지배구조와 같은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는 거꾸로 규제를 풀어놓음으로써 재벌의 계열사는 크게 늘어난 반면 중소기업은 더욱 설자리를 잃게 되었다. 재벌을 살리고 중소기업을 죽이는 정책방향을 잡은 것이 문제이다. 그것이 단기적으로 성장률을 높이는데 약간의 기여는 하였을지 모르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지 못하고 장기성장 잠재력을 해치며 상생이라는 신뢰경제의 바탕을 무너뜨리는 우를 범하게 되었다.

 

경제는 잘했다는 말이 결국 무지의 소치이거나 아전인수에 불과하다. 여당 대표로서 대단히 경솔한 발언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 강철규 (우석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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