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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세, 애향정신으로 풀어봅시다

▲ 김기만 정읍시 미래전략자문위원

산고수려(山高水麗), 문자 그대로 산 좋고 물 좋은데다 자연재해의 피해도 별로 없어 예로부터 안온지지(安穩之地)로 불려온 정읍이 최근 들어서는 엄청난 눈피해, 물피해를 보는 등 대규모 자연재해가 가장 빈번한 지역으로 바뀌었습니다. 최근 몇 해의 지독했던 눈사태가 기억에도 선명한데, 지난 8월초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폭우를 만나 모두가 망연자실(茫然自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민들의 일치단결과 공직자들의 헌신노력으로 전국을 휩쓸었던 구제역조차 발붙이지 못하게 한 우리 정읍인데,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 앞에서는 인간의 무력함을 절감하고 신의 가호 없음을 안타까워해야 했습니다.

 

정읍은 예로부터 주민들의 교육 정도와 의식수준이 높은 곳이었습니다. 특히 비판의식을 바탕으로 한 정치의식이 남다른 곳이라는 정평이 있습니다. 국회의장(김원기)과 부의장(나용균)을 배출한 것도 그렇고, 지금까지 연3선의 국회의원이 나오지 않은 것도 그러합니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 조봉암 사회당 대통령 후보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지역이 바로 정읍이었습니다.

 

그 기질은 면면히 남아 흐릅니다. 기초자치단체 그 어느 곳과 견주어 봐도 정읍은 여론이 다양하고, 비판이 난무하며, 특히 뒷공론이 많습니다.

 

정치인들도 “고향이지만 참 까시럽기 짝이 없는 곳”이라며 힘들어 합니다. 잘 따지는 ‘선비정신’과 칼날같은 ‘비판의식’은 분명히 소중한 자산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절제와 분수를 잃어버리고 너무 지나칠 때는 공동체의 발전과 이익에 해를 끼치기도 합니다. ‘양날의 칼’인 셈인데, 외부에서 볼 때 현재의 정읍은 ‘비판은 지나치고 참여는 많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정읍시 관계자로부터 “재정이 너무 열악해 내년부터 주민세를 올리는 게 불가피한데 시민들 설득이 걱정”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주민세는 정읍시민들 중 한 세대당 한 명인 세대주에게 1년에 한 번 부과됩니다. 현재는 3천원(읍면지역은 2천원)이죠. 시는 내년부터 이를 9천원(읍면은 8천원)으로 올리고자 합니다. 인상률이 꽤 높은 셈인데,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고 타당성도 있습니다.

 

첫째, 정읍시 재정자립도는 12.5%로 전국에서도 꼴찌수준이어서 자립도를 좀 높여야 합니다. 한 해 예산중 정읍에서 충당하는 것은 8분의1에 그치고, 나머지 8분의7은 정부나 도에서 받아 쓴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꼬리달린 돈이니 정읍시가 시민들을 위해 뭘 어찌해 볼 여지가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계획대로 주민세를 올리면 연간 2억7천만원 정도의 재원이 늘어나 주민복지사업 등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둘째, 주민세를 계획대로 올려 시행하게 되면 뜻밖에도 5억원의 돈이 새로 생깁니다. 이게 중요합니다. 정부는 주민세 징수수준을 기준해서 각 자치단체에 ‘보통교부세’라는 것을 지원해 주는데, 정읍시가 주민세를 9천원으로 올려 시행할 경우 당장 내년부터 정확히 4억9천9백만원이 더 내려오게 됩니다. 정읍 각 세대주들이 연간 6천원만 한차례 더 부담해 주면 정부로부터 세대주 1인당 1만원 이상을 벌어오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내년부터는 주민세 증액과 정부지원금이 증액을 합해 7억7천만원의 추가 재원이 생깁니다. 당장 시급한 도시가스 보급 확대를 비롯해 시민들의 복지를 늘리고 숙원사업을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셋째, 정읍보다 인구가 적은 기초자치단체중에서도 충북 보은(3만명), 경남 거창(6만명), 충북 음성(10만명) 등은 이미 몇해 전부터 주민세를 1만원으로 올렸고 이를 통해 중앙정부의 교부금 지원을 많이 받아내 재정안정에 잘 활용한 바 있습니다. 시민들께서 이 취지를 잘 이해해주시고 흔쾌한 마음으로 한번만 따라주시면 정읍이라고 이렇게 ‘크게 남는 장사’를 하지 못할 리 없지 않습니까?

 

올해 주민세는 이미 종전대로 징수, 납부가 끝났고 인상계획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내년 8월의 주민세 부과 때부터 적용됩니다. 시간은 있고, 그 사이 충분한 공론화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나갈것입니다. 정읍 출신은 아니지만 정읍을 누구보다 아끼는 저로서 시민들께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설렁탕 한 그릇 값 1년에 한번만 아끼셔서 주민세를 부담해 주시면 중앙정부의 지원금이 확 늘어납니다. 그 돈은 모두 여러분의 복지확충에 알뜰하게 쓰일 것입니다. ‘정읍사랑’의 시민정신으로 이번만큼은 비판을 버리시고 적극 참여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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