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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여론조사 제대로 해라

권혁남 전북대 신방과 교수

 

선거 때만 되면 언론사들이 실시하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들쭉날쭉 제각기 달라 유권자들을 참으로 헷갈리게 만들곤 한다. 특히 유선전화가입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전화조사가 계속 틀리고 있는데, 무엇보다 표본의 대표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점이 큰 문제이다. 여론조사는 모집단의 성격을 꼭 닮은 표본을 확보하느냐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우리가 병원에서 불과 몇 방울의 피와 소변의 표본을 통해 우리 몸의 건강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듯이 대한민국 또는 전라북도 유권자의 성격을 꼭 닮은 소량의 표본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전체 유권자의 투표행위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모집단을 꼭 닮은 대표표본을 확보하는 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닐 뿐만 아니라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왜 그럴까? 젊은 연령층을 중심으로 무선전화만을 보유하는 가정이 크게 늘어나고 있고, 070으로 시작하는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는 가정 역시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여기에 유선전화번호부에 이름을 올리는 등재 율이 60%에도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표본으로 선정된 사람들의 재택율이 낮아 이들을 유선전화로 접촉하기가 여간 어렵다. 특히 20대 연령층을 접촉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이러다 보니 유선전화가입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여론조사의 정확도가 떨어지게 된다.

 

선거여론조사의 생명은 정확성이다. 조사의 정확성에 자신이 없으면 언론은 보도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도 4월 총선을 앞두고 도내 언론사들은 조사원의 생목소리 대신에 기계음을 이용하는 유선전화 자동응답 여론조사(ARS Survey)를 앞 다퉈 실시하고 그 결과를 대서특필하고 있다. ARS조사는 오직 선거에 적극적인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이 참여하기 때문에 표본의 대표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ARS조사에서는 인지도가 높고, 열성 지지자가 많은 후보자들의 지지도가 실제보다 높게 나오게 되어있다. 아무리 연령대별 인구비율에 맞춰 수만 명을 조사한다 하더라도 조사가 정확할 리 없다.

 

어떤 ARS조사는 전화번호임의추출법(RDD, Random Digit Dialing)을 사용했노라고 자랑한다. RDD는 새로운 조사방법이 아니라 이미 수십 년 전 부터 사용해온 하나의 표본추출방식에 불과하다. 이는 전화번호부에 등재되지 않은 유선전화가입자들을 포함시키기 위해 국번호를 제외한 나머지 4자리수를 컴퓨터를 통해 추출하거나 아니면 마지막 자리 수에 일정 숫자를 더하는 방식이다. RDD를 사용하면 전화번호부에 등재되지 않은 유선전화가입자가 표본으로 선정될 수 있는 기회를 높여줄 수는 있지만 ARS조사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는 극복할 수 없다.

 

본디 ARS조사는 선거에서 적은 비용을 가지고 여론조사를 가장하여 후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후보 홍보수단(Push Poll)이다. ARS조사는 조사원 인건비가 전혀 들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여론조사보다 가격이 10배 이상 싸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조사의 정확성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에 조사결과를 해석하는 데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따라서 ARS조사결과를 통해 여론의 대략적인 윤곽을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이를 가지고서 선거결과를 예측한다거나, 정당의 후보자 경선에서 활용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선거여론조사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유선전화조사와 모바일 전화조사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유선전화조사라도 제대로 하면 된다. 분명히 말하지만 여론조사는 돈과 공을 들인 만큼 정확해진다.

 

지역 언론사가 재정적으로 열악하다고 해서 ARS같은 싸구려 선거여론조사를 실시해서는 안 되며, 설사 여론조사기관이 공짜로 준다고 하더라도 이를 보도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만을 알리고 진실 밝히기가 생명인 언론이 엉터리 선거여론조사를 보도하는 것은 진실 된 여론을 왜곡시켜 결과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 권혁남 교수는 한국언론학회장, 한국언론정보학회장, 전국사회대학장협의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전라북도 선거방송토론위원회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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