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칭 유인, 정직원 미끼로 휴대폰 팔게 해 7억 '꿀꺽'…청년취업 인턴 보조금도 가로채
#1. 이모씨(25)는 지난해 9월 인터넷 모 취업사이트에 올라온 K회사의 구인광고를 보고 입사지원서를 제출했다. 대기업 계열사라는 광고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이씨는 서류전형과 면접을 통해 이 회사에 합격했다.
하지만 그는 첫 출근을 하자마자 이상한 경험을 했다. 그가 출근한 사무실은 대기업이 있는 건물과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대기업 구내식당까지 가야했던 것.
회사관계자 A씨(34)는 그에게 미리 구매해 둔 대기업식당 식권을 보여주고 대기업 직원들과 가벼운 인사를 하는 등 실제 직원인 것처럼 행동하며 그를 속여 왔다.
A씨는 일주일 가량 이 같은 행동으로 이씨를 안심시킨 뒤 "스마트폰 판매실적이 좋으면 본사 정직원으로 채용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이를 수상하게 여긴 이씨는 K회사의 본사에 문의해 가짜계열사라는 사실을 알고 K회사를 나왔다.
#2. 수 십 차례 취업에 실패한 정모씨(29). 정씨는 지난해 10월 전주지역 한 생활정보지에 나와 있는 S회사에 입사했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대기업 계열사라는 말만 믿고 무조건 지원했다. S회사 관계자는 3개월 인턴기간 동안 테블릿 PC판매 실적이 좋으면 대기업 정직원으로 전환시켜주겠다며 정씨를 유혹했다.
하지만 정씨는 취업 한 달여 뒤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같이 입사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각자 지원한 회사 이름이 모두 달랐던 것.
그는 S회사 관계자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궁색한 변명만 돌아왔고 월급도 받지 못한 채 바로 회사를 그만뒀다.
전주 덕진경찰서는 28일 대기업 계열사를 사칭해 취업자를 모집한 최모씨(34)등 5명을 취업사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2010년 12월부터 1년여 동안 대기업 이름과 비슷한 회사 20개를 차리고 계열사처럼 행세하면서 취업자들을 모집해 왔다. 이 기간 동안 이들이 모집한 인원은 모두 136명으로 피해자 대부분이 도내에 거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취업자들에게 핸드폰, 테블릿PC 등 1000여개를 판매케 해 모두 7억원 상당을 챙겼다. 이들의 파렴치함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대한 상공회의소에서 지급되는 청년취업 인턴 보조금 880만원까지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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