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수
요즘 경제를 안다는 사람이라면 'PIGS'란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 말은 재정위기가 가장 심각해 세계경제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네 나라를 지칭한다. 이중 그리스는 재정위기가 심해 세계의 주가와 경제 전망이 이 나라의 일거수일투족에 의해 휘청거리고 있다.
이탈리아도 그리스 못지 않은데, 경제 위기로 나라 경제 전체가 후퇴하는 동안에도 꿋꿋이 견뎌내는 지역이 있다. 주도(州都)인 볼로냐로 유명한 이탈리아 북부의 에밀리아로마냐 주다. 이 곳의 주도인 볼로냐는 1990년대 이후 이탈리아에서 가장 잘 살 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에서도 10위 안에 드는 도시로 손꼽힌다. 1인당 GDP는 4만달러대다.
국가 전체적인 경제 위기에서도 지역경제의 탄탄함과 활발함을 유지하는 에밀리아로마냐 주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는 협동조합의 활성화로 지역경제를 탄탄하게 지탱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가 500만명에 이르는 이 주는 무려 8000여개의 협동조합이 조직돼 있다. 패션·세라믹에서 치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는데 주 GDP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도 세계적으로는 유명한 협동조합이 많다. 스페인의 몬드라곤은 다양한 업종에서 10만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세계적인 협동조합이다. 축구클럽인 FC바르셀로나, 세계적인 뉴스통신사인 AP통신, 미국의 오렌지 생산자들의 조합인 썬키스트 등도 협동조합이다.
최근 협동조합이 화두가 되고 있다. 지속적인 지역경제 순환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협동조합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지난해 12월 19일 '협동조합기본법'을 제정했는데, 이 법은 올 12월 1일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만든 기업이다. 조합원 사이의 '협동'이 조직 운영의 동력이며, '민주주의'가 조직 운영의 원리다. 조합의 목적은 조합원에게 최대 편익을 제공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협동조합은 자본주의가 한계에 다다름에 따라 노정시킨 청년실업과 양극화 등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일자리 창출과 조합원의 편익을 보장하는 상생과 협력의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시장 개방 등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농업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다.
협동조합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조합원의 참여와 협동, 그리고 그 사회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이중 조합원의 참여와 협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부여와 공동사업의 발굴 및 운영, 그리고 중간지원조직의 설립 등이 필요하다.
그러한 점에서 완주군은 이미 협동조합의 새로운 메카로 발전하기 위한 조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농업농촌의 새로운 활력 모델로 로컬푸드와 마을공동체 및 CB창업 공동체를 추진하고 있으며 사회적 기업의 육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토론회 참여 및 개최, 주민 교육 등을 통해 협동조합 활성화에 필요한 기반마련과 공감대 형성에 나서고 있다. 필자의 경우 3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토론회에 참여했고, 4월 6일에는 공무원과 주민 200여명이 기획재정부 주최의 특강을 청취하기도 했다.
협동조합·커뮤니티 비즈니스 등 보통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경제를 '사회적 경제'라고 하는데, 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생활경제와 불가분의 관계다. 미국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코튼 박사는 지역에 자치적으로 구축된 '생활경제'가 월스트리트 중심의 '가짜 부'를 대체할 '진짜 부'를 창출한다고 말했다.
'진짜 부'를 지역 차원에서 실현하는 방안 중 하나가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을 통해 '진짜 부'를 구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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