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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붕괴의 쓰나미 대비해야

서거석 전북대 총장

 
굳이 영화 '해운대'의 한 장면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일본을 덮친 쓰나미의 엄청난 위력에 할 말을 잊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제방을 넘어 순식간에 도시 전체를 삼켜버린 쓰나미는 대재앙 그 자체였다.

 

그런데 이런 쓰나미가 우리나라 대학을 향해 몰려오고 있어 큰 걱정이다. 그것도 불과 10년 사이에 대학가를 휩쓸 정도로 빠른 속도다. 쓰나미의 진원은 학령인구 급감이다. 지금 추세라면 2022년에 입학정원 3천 명 규모의 대학 50개 이상이 문을 닫아야 하고, 2030년에는 그 수가 현재 대학 수의 절반 가까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만18세 인구, 즉 대입 학령인구는 2012년 69만 명에서 2022년에 50만 명 이하로 줄고, 2030년에는 40만 명 선이 되어 현재의 59%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도 최근 발표한 '고등교육 충원율 전망'을 통해 외국인 학생을 포함한 충원율이 2011년 120%에서 2024년에는 70%대로 추락하게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예상을 내놓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 지역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 모두 입학자원 부족 문제에 직면할 것이지만, 특히 호남권은 문제가 가장 심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예측이 사실이라면 올해 96.5%인 호남권 대학 충원율은 2030년 42.8%로 뚝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는 강원권에 이은 전국 최저로, 그 어느 지역보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둔다면 대학 붕괴가 지역 사회의 붕괴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국가적 위기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종합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할 이유이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는 사립대의 경우 경영부실대학을 선정해 한계대학은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도록 하고 있고, 국립대도 하위 15% 대학에 대해 구조개혁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 개혁이나 속도만으론 다가올 엄청난 충격을 막아내기에 역부족이다. 좀 더 다각적이고 효율적이며 합리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선 정부는 입학정원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대학간 M&A, 즉 통폐합을 유도해야 한다. 국립대와 국립대, 사립대와 사립대 간의 통합은 물론 국립대와 사립대 간의 통합도 가능하도록 제도와 규정을 손질해야 할 것이며, 대학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특단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수도권 대학들의 정원 감축 방안도 지역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반드시 모색되어야 한다.

 

또한 일부 공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인 지역인재 할당제 등 지역대학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지역 소재 대학 출신 졸업생을 우대할 수 있도록 기업의 인사문화를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보다 근원적인 대책으로는 대학을 가지 않아도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고, 또 장기적으로는 학벌이나 학력의 차별을 철폐하는 환경을 조성하여 적정 수준의 대학 진학률을 유지하는 방안도 차제에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대학 구조개혁이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대학들 스스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유사 중복학과는 과감하게 통합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특성화 분야의 육성을 통하여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대학의 구조를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연구나 교육 분야에서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글로벌 스탠더드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마음 놓고 연구하고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고, 잘 가르치는 교수나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는 교수에게는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시너지 효과를 낼 때 저 거대한 쓰나미의 파고를 넘어 생존할 수 있음을 정부나 지역사회, 그리고 대학들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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