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채소보다 단백질 풍부…불면증·혈액순환 좋은 효능
아침 시간이면 장독대 정리하느라 바쁘다. 봄비가 내려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청아하게 들린다. 산동 할머니께서 걸망을 메고 개울가 징검다리를 건너오신다. "할매, 뭐 하러 오세요"했더니 "두릅 꺾으러 와" 하신다. "두릅나무가 커서 어떻게 꺽어요"했더니, 할머니께서는 낫을 들고 두릅나무를 잡아당긴다. 그러더니 얼른 두릅 따라고 하신다. 두릅을 꺾느라 여기저기 가시에 찔렸다. "가시 잡지 말고 끝만 잡고 똑 끊어"하신다. 이럴 줄 알았다면 두꺼운 장갑을 끼고 올 걸 하며 복장 탓을 한다. 시골 생활은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는 복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걸망 속 두릅향이 좋다.
산동 할머니 밭은 참 효율적이다. 산 아랫쪽 언덕 위에는 두릅나무를 빼곡히 심었다. 밭 둘레에는 매실나무를 심고, 중간 부분에는 고사리를 심었다. 작은 농토에 여러 작물들을 알뜰살뜰 잘 가꿨다. 계곡 아래쪽에는 취나물과 상추도 심었다. 두릅나무는 한 나무에 한 봉오리만 맺는다. 여러 잎을 허용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훤칠하게 큰 두릅나무는 하얀색 나무껍질을 입고 있다. 한 봉오리만 뾰족하게 내밀고 서있는 모습이 꼿꼿한 선비같다.
우리 동네 두릅 잔치가 열리는 날이다. 서울 할머니랑 일산 할머니도 걸망 속에 두릅이 한 가득이다. 남원 만행산 자락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풍요로움이다. "산에 가면 먹을게 천지여, 요즘 같으면 부지런한 사람은 굶어 죽을 일이 없다"고들 하신다. 산동 할머니께서는 토요일에 여길 오는 아들을 위해 어떻게 보관해야 할까 걱정하신다. 신문지에 싸서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요즘 상신마을에도 귀농할 사람들이 많이 다녀간다. 하지만 도시생활이든, 시골생활이든, 별반 다를 게 없다. 서울 할머니께서는 두릅을 한 양푼을 들고 오신다. "어, 손님 계시네"하며 두릅전 부쳐 먹자고 하신다. "할매, 얼른 들어오세요. 함께 먹어야지요" 갑자기 부엌이 요란해졌다.
두릅은 예로부터 약용식물로 알려져 있다. 일반 채소에 비해 단백질이 풍부해 봄철 영양을 보충하는 데도 좋고, 지방, 섬유질, 칼슘, 인, 철분, 비타민이 풍부하다. 두릅에는 신경을 안정시키는 칼슘이 들어 있어 신경안정과 초조감을 없애고 불면증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
두릅 특유의 향과 씁쓸한 맛은 위장의 운동을 도와 소화·흡수에도 좋고 식욕을 증진시키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준다. 두릅에 사포닌 성분은 혈액순환에 좋은 효능이 있으며, 피로 회복에도 효과가 있다.
이날 큰 두릅은 전으로, 작은 두릅은 초고추장에 찍어 먹을 수 있게 준비했다. 두릅은 조리법 딱딱한 가시가 붙은 가지 부분을 잘라 내고 밑동에 십자 부분으로 칼집을 넣고 끓는 물에 데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손질법이다. 순식간에 두릅전과 된장국 끓이고 텃밭의 상추까지 대령해 진수성찬이 됐다. 손님은 "이 동네에 사시는 분들은 참 행복해 보여요. 첫 만남이지만 밥상에서 정이 생긴다"고 했다.
[만드는 방법]
△ 재료 = 두릅, (집)간장, 밀가루, 식용유
① 두릅을 깨끗하게 다듬는다.
②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살짝 데친다.
③ 흐르는 물에 씻어 물기를 뺀다.
④ 밀가루에 간장을 넣고 걸죽하게 반죽한다.
⑤ 두릅에 밀가루 반죽을 입혀 후라이팬에 노릇노릇 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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