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허한 氣 보호해줘 해독·소화불량에 효과
봄날 일상은 종일 바쁘다. 남원 상신마을은 고추 모종을 심기 위해 밭을 갈고 준비를 했으나, 고추 모종이 없단다. 냉해를 입어 모종이 많이 죽은 것이다.
이른 아침부터 부녀회장님은 고추 모종이 없어 발을 동동거리며 애를 태우신다. 서울 할머니께서도 고추 모종 구하러 남원시내에 나가실 모양이다. 저녁 시간이 될 무렵 동구밖 하얀색 트럭이 올라왔다. 서울 할머니께서 동네에 심을 고추 모종을 구해 트럭에 싣고 오셨다. 마을회관 앞에 마치 개선장군처럼 당당하게 차에서 내리셨다. 남실 할머니집 500개, 부녀회장님집 1,200개, 서울할머니집 1,000개. 집집마다 고추모종을 나눠 주셨다.
1년 농사는 시기를 잘 맞춰야 한다. 시기를 맞추지 못하면 수확량 차이가 있다. 농번기가 시작되면 상신마을 사람들은 집집마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전기불이 켜진다. 옆집 서울 할머니 아궁이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 늦은 시간에 뭐 하시길래 연기가 나는지 살펴봤더니, 담장 사이로 얼굴을 내밀며 묻는다. "할매, 이 시간에 뭐 하세요." 했더니 "머위대를 삶는다"는 것이다. 머위대국은 지금이 맛나게 먹을 때라고 하신다. 머위대는 지금 아니면 억세져서 먹지 못한다.
그러더니 이튿날 어젯밤에 삶은 머위를 한 양푼 가지고 오셨다. 할머니께서는 "친정 아버지가 일을 너무 많이 하셨다"면서 맛있게 잡수시게 끓여 드리라고 당부하셨다. 며칠 전 이곳에 오신 친정 아버지께서는 날마다 바쁘시다. 논두렁 밭두렁의 풀을 베시느라 해가 짧다고 하신다.
머위를 입안에 넣고 한참 씹으면 혀가 약간 얼얼할 정도로 쌉싸래한 맛을 낸다. 이 때문에 독성이 있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지만 비타민과 칼슘,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건강식품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머위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맵고 달며 독이 없다. 몸에 열이 나거나 답답한 증상을 없애고 허한 기(氣)를 보호해준다.
머위의 으뜸 효능은 해독 작용이 뛰어나다는 것. 열을 내리고 중풍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머위의 폴리페놀 성분은 소화를 돕고 식욕을 촉진시켜 식곤증과 소화 불량을 겪는 사람에게 효과가 있다고 한다. 머위 꽃은 가래를 멎게 하고 잎은 이뇨 작용에 도움을 주며 또 타박상을 입었을 경우 잎을 찧어 붙이면 좋고, 편두통에는 뿌리를 달여 마시면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냉동실에 들어있는 새우를 꺼내고, 들깨가루도 꺼냈다. 큰 냄비에 육수를 끓여 머위대를 넣고 들깨가루를 넣어 보글보글 끓여봤다. 잡곡을 넣어 밥을 짓고, 텃밭에서 막 따온 상추는 겉절이를 해서 아침 밥상을 내놨다. 특별히 머위국은 큰 사발에 차려냈다. 자연의 시기에 맞춰 먹는 제철음식은 피곤해진 우리 몸에 기운을 북돋운다. 아버지께서는 참 맛나게 국을 먹었다면서 동네 어르신들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이르신다. 머위국에 부녀의 정이 오고 갔다.
[만드는 방법]
△재료 = 머위대, 마른새우, 들깨가루, 마늘, 다시마, 집간장, 대파
① 머위대를 잘 삶아서 하루동안 담가 놓는다.
② 마른 새우, 다시마를 넣고 유수를 낸다.
③ 육수에 머위대를 알맞은 크기로 잘라서 넣는다.
④ 들깨가루, 마늘을 넣는다.
⑤ 국간은 집간장으로 맞춰 대파를 넣고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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