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머리카락을 잘랐습니다 귀도 놀랬는지 발그레 하네요 아내는 서인영 스타일이라고 우기지만 저는 몽실 언니라며 키득댑니다 관리하기도 편하고 돈들 일도 없다네요 마지막 남은 그녀를 잃어버린 것 같지만 웃기로 합니다 눈을 흘긴 뒤 욕실로 흘러드는 아내 문틈으로 물소리와 노랫소리가 방울방울 튀어 오릅니다 나는 신데렐라~ 나는 신데렐라~ 건조대처럼 지켜보는데 아내의 바다가 제 발끝을 적시네요 저는 필요 없어진 머리끈처럼 다가섭니다 아내의 머리에 양손을 담급니다 처음으로 닿은 아내의 깊은 곳, 떨고 있네요 나는, 신데렐라~ 나는, 신데, 렐라~~ 아내는 결국 제 손끝에 바다를 엎지르고 맙니다 천천히 천천히 괜찮다고 괜찮다고 머리를 감겨줍니다 미처 털어내지 못한 머리카락들이 제 눈 여기저기에 박힙니다 제 어딘가도 잘립니다 꽃을 잘라낸 줄기들이 아파트 담장에 가득 했다고, 딸아이의 항암치료를 앞두고 잘라낸 붉은 꽃들이 미용실 바닥에 가득 떨어졌다고…… 꽃을 잘라낸 아내, 그녀의 두 눈에서 열매가 열립니다
※ 김명호 시인은 2002년 대산대학문학상 소설부분 수상 작가며, 올해 계간『시작』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시인으로도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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