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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순회무침, 땅의 기운 듬뿍… 마디마디 감칠맛

원기회복·혈압조절 성인병 예방에 효과

 

초록으로 짙어가는 계절로 접어들었다. 남실 할아버지께서 경운기를 끌고 산태골 고추밭으로 올라가는 소리만 들릴 뿐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숲이 우거져 앞산 산태골 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른 새벽녘 앞산 뒷산에서 사는 동물들도 서로 인사를 건넨다. 적막했던 마을에 동물 울음소리가 음표가 되어 장엄한 오케스트라처럼 들린다. 가만히 귀를 들어보면 베토벤의 음표를 흉내내는 듯하다. 혹여 숲 속에서는 동물들의 생일잔치가 벌어진 것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요즘 동네 어르신들께서는 걱정을 많이 하신다. 밭에 심은 작물들이 동물 먹이로 전략하고 있다고 한다. 콩 심으면 새가 빼먹고, 고라니는 밭 작물 잎을 닥치는 대로 뜯어 먹는다고 한다. 어젯밤에는 서울 할머니집 뒤안까지 멧돼지가 내려왔다. 어르신들의 한숨이 깊어진다.

 

서울 할머니께서 양동이에 뭔가를 들고 들어오신다. "뭐에요?" 했더니 "죽순이여, 방아골 죽순 꺾으러 갔더니, 멧돼지들이 난리는 치고 요것밖에 없네."하며 건네주신다. "할매, 죽순 꺾으러 가지 마세요, 죽순 먹으려다 큰일 나겠네." 했더니 "정말 큰 일"이라고 하신다. 지난해에는 감자밭에 오지 않았는데, 올해는 감자밭까지 뒤져 감자도 못 먹겠다고 하신다. 그래서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허수아비를 세우고, 반짝이는 줄을 쳐놓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동물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오늘은 부녀 회장님과 함께 방아골 대나무밭에 죽순을 꺾으러 가기로 했다. 장화를 신고 낫과 포대를 가지고 올라간다. 급방 다녀간 멧돼지 발자국이 선명하다. 그래도 두 사람은 용감하게 낫으로 대나무를 두들겨 소리를 낸다. 아직 도망가지 못한 녀석들이 도망갈 수 있도록 사람이 왔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제부터는 사람들이 채취하려 왔으니 빨리 도망가라는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 가까이에서 작업을 한다. 죽순이 굵고 실하다.

 

"에고 아까워라, 죽순은 먹지 않고, 뿌리만 먹고 죽순은 다 버려놓았네."하며 "멧돼지들은 양심도 없다."며 산 짐승들의 흉을 봤다. 대나무 사이로 다니면서 캐내느라 벌써 등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점심 때가 되어서야 죽순 작업이 끝났다.

 

죽순은 밋밋한 맛이지만 씹다 보면 감칠맛 난다. 한방에서는 불면증 해소, 장 활동 촉진, 변비 예방에 좋다고 한다. 죽순 중 먹을 수 있는 것은 맹종죽, 분죽, 왕죽이다. 방아골에서 나오는 죽순은 왕죽이다. 그래서 맛이 좋다. 넓은 대밭이라 시기를 잘 맞춰 죽순을 베어야 한다. 오늘 채취한 죽순은 소금에 절여 놓고 밑반찬으로 사용할 것이다.

 

절여진 죽순은 다양한 방법으로 맛을 낼 수 있다. 죽순회, 볶음, 돼지고기와 생선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산골에 찾아온 손님 밥상에는 자연이 준 식재료로 남원 상신마을 밥상을 선물해야겠다.

 

죽순은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스태미너 채소로 유명하다. 단백질을 비롯해 비타민 B·C, 섬유소, 리그닌, 팩틴, 다이어트리 화이버 등이 많다. 또한, 죽순에 있는 칼륨은 체내 나트륨을 배출시켜 고혈압 예방과 혈압 조절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리는 효과가 뚜렷해 동맥경화증에 좋으며,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죽순은 맛이 달고 약간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 몸 속 체액이 순조롭게 돌아가고 원기 회복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죽순밥은 별미로, 쇠고기와 함께 한 찜은 고급이고, 숙취 해소에는 죽순계란탕이 좋다. 그중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게 죽순밥이다.

 

[만드는 방법]

 

△재료 = 죽순, 고추장, 고추가루, 식초, 산야초 효소

 

① 죽순은 껍질 째 삶는다.

 

② 껍질을 벗겨 하루동안 찬물에 담가 놓는다.

 

③ 고추장, 식초, 산야초 효소 등을 넣고 초무침 양념을 만든다.

 

④ 죽순을 꼭 짜서 양념을 넣고 간을 맞춘다. (죽순에 물기가 많으면 고추가루를 넣어 무쳐낸다.)

 

'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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