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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만 가는 정치 냉소주의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국민들의 정부나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깊어만 가고 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의혹사건과 민간인 불법사찰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발표는 국민들에게 짜증과 함께 헛웃음만을 불러일으켰다. 다른 사건엔 그렇게도 신속하고 엄정하며 정확한 수사를 하는 똑똑한 검찰이 어떻게 대통령과 여당 관련 수사를 하기면 하면 저렇게 아이큐 80짜리 바보로 둔갑하는 것인지 참으로 어이가 없다. 이런 것들이 바로 우리로 하여금 정부와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과 환멸, 나아가 정치 냉소주의를 불러 일으켜 결과적으로 정치참여를 떨어뜨려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국민의 투표참여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도 정부와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과 냉소주의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세상에 믿을 놈 없고 그놈이 그놈이라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어찌 투표장에 갈 수 있겠는가?

 

개인의 정치 냉소주의 점수를 측정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아래의 7개 문제에 대해 각각 매우 그렇다는 5점, 중간을 3점, 전혀 그렇지 않다는 1점으로 해서 총점수를 내면 된다. 독자 여러분도 스스로 점수를 한번 내보시기 바란다. ①정치인들은 정치적 소신보다는 개인적인 이익과 이해관계를 위해 행동한다 ②정당 및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표에만 관심이 있으며, 표를 얻기 위해 행동한다 ③정치인들은 국가이익을 생각하지 않는다 ④정치인들은 국민의 복지와 안위를 생각하지 않는다 ⑤정치인들이 하는 말을 신뢰할 수 없다 ⑥정부는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하는 소수 이익집단에 의해 움직인다 ⑦나는 우리나라 정치만 생각하면 한심하다는 느낌을 갖는다 등이다.

 

최근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 전라북도 도민들의 정치 냉소주의는 35점 만점에 평균 25점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었는데, 평균값을 중심으로 개인의 냉소주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겠다. 전북 도민의 경우 성별에 따라서는 차이가 없었으나 연령과 학력에 따라서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연령별로 보면 투표율이 가장 낮은 20대에서 가장 높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40대 연령층이 평균 26점으로 정치 냉소주의가 가장 높았으며, 30대와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가장 낮았다. 그리고 학력별로 보면 예상과는 달리 고학력자일수록 정치 냉소주의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대체로 정치 냉소주의가 높은 사람들은 정치지식도 낮고, 정치에 대한 관심도 없으며, 투표할 생각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그런데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그렇지가 않았다. 정치 냉소주의가 높은 사람일수록 오히려 정치지식이 높고 정치관심도도 많았다. 그러나 정치 냉소주의와 투표의사와는 별다른 관계가 없었는데, 냉소주의가 높고 낮음에 따라 투표의사가 달라지지는 않았다.

 

결국 필자의 연구를 통해 투표율이 높은 40대 연령층, 그리고 학력이 높고 동시에 정치에 대한 관심과 정치지식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정치 냉소주의가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곧 정치 냉소주의가 반드시 민주주의의 건강성에 해악을 끼치는 나쁜 것만은 아니며, 정치 냉소주의는 '정치에 관심 있는 비판적인 시민'을 암시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교수 열풍이 아직도 시들지 않는 것도 기존 정치와 정치인들에 대한 환멸, 냉소주의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기존 정치질서와 행태를 확 바꾸라는 변화의 욕망이 안철수 교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결국 안철수 교수는 '변화'와 '신뢰'라는 키워드를 들고 나올 것이다. 이를 두고서 박근혜, 문재인, 김두관, 손학규, 정세균 등의 제도권 정치인들이 과연 어떤 화두로 안철수에 대응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이럭저럭 올 대선은 재미있어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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